검거되면 '주운 것' 오리발…절도혐의 입증 어려워

뉴스인사이드 - 경찰팀 리포트
승객의 분실 스마트폰을 팔아넘기다 경찰에 잡힌 택시기사들은 한결같이 “스마트폰 작동법을 몰랐다. 훔친 게 아니라 주웠다”고 발뺌한다는 게 일선 담당 형사들의 전언이다. 훔친 게 아니라 주운 것인데 휴대폰을 잃어버린 주인이 전화를 걸어와도 어떻게 켜야 할지 몰라 주인을 찾아주지 못했다는 뻔한 변명을 늘어놓는다는 것.

이들이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앵무새처럼 한결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건 왜일까. 대부분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몸부림이다. 경찰은 택시기사들이 스마트폰을 ‘훔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지만 문제는 절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택시에 떨어진 휴대폰(유실물)을 주웠을 경우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고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된다. 남의 물건을 가져간다는 것은 똑같지만 훔칠 의도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지만,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가는 건 절도가 아니라는 것. 길에 떨어진 돈을 주운 뒤 사용하는 것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무심코 놓고 내린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 대표적인 점유이탈물 횡령죄다. 양윤교 서울 관악경찰서 형사과장은 “만취한 승객들만 골라 태운 뒤 스마트폰을 훔쳐 팔아 넘기다 적발됐다면 절도죄로 입건해야 하지만 피해자 진술이나 확실한 물증을 잡지 않는 한 ‘계획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연예인 최윤영 씨가 지인의 지갑을 훔쳐 논란이 됐는데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를 받고 검찰에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씨가 훔칠 의도가 없었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인데, 그만큼 절도죄와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처벌 강도가 다르다. 절도가 훨씬 더 엄하게 처벌된다. 점유이탈물 횡령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 처분을 받게 되지만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