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자바오 '팽' 하나

인민일보, 강도 높은 비판 사설
민주화 강조한 원총리 의견 반박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사진)를 격한 논조로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인민일보가 당 고위 관료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공산당이 지도부를 교체하면서 개혁파로 분류되는 원 총리를 아예 정계 밖으로 내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일보는 11일 사설 격인 종성(鐘聲)칼럼에서 “정치체제는 국가의 안위 및 존망과 연결돼 있다”며 “추호도 경거망동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직접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공산당 제18대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중국의 민주화를 강조한 원 총리의 의견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원 총리는 당 대회 개막일인 지난 8일 “당과 국가의 영도제도 개혁이 요구되며 민주 발전과 법제 완비를 통해 법치국가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원 총리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당 지도부 선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했다.

인민일보는 원 총리가 9일 톈진(天津)시 대표단 분임토론에 참가한 것도 하루 늦은 10일에야 보도했다. 다른 상무위원들의 동정은 당일 바로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민일보가 주요 인사의 보도를 누락하는 것은 사실상 실각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원 총리가 다음주께 퇴임한 뒤 다른 직책을 맡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부 실정의 책임을 지고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원 총리는 공산당 내에서 개혁파에 속한다. 그는 당내 고위 관료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개념을 강조하며 다른 주요 인사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원 총리가 27억달러(약 3조원)를 부정 축재했다는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반대파의 공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