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LA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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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미국 메이저리그(MLB) 사상 최고의 왼손투수라면 단연 샌디 쿠팩스를 꼽는다. 그는 1955~66년 LA다저스에서 뛰며 전무후무한 4년 연속 노히트노런(퍼펙트 1회 포함)에다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쿠팩스가 있는 동안 다저스는 네 차례(통산 6차례)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의 통산 성적은 165승 87패, 방어율 2.76, 탈삼진 2396개. 월드시리즈 방어율은 0.95에 불과했다. 쿠팩스에 밀려 다저스의 스타였던 토미 라소다가 팀을 옮겨야 했다. 양키스의 강타자 요기 베라는 쿠팩스가 25승5패를 거둔 1963년 이렇게 칭찬했다. “저 친구가 25승을 올린 것은 이해되는데 어떻게 5패씩이나 당했는지 모르겠다.” 다저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MLB 최초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이다. 1947년 데뷔한 로빈슨은 스포츠계의 인종차별을 허문 상징적 인물이다. 데뷔 50주년인 1997년 MLB 사무국은 4월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했고, 그의 등번호 42번은 모든 구단의 영구결번이 됐다. 로빈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42’가 내년 봄 개봉된다.
1884년 창단한 다저스는 ‘서부의 양키스’로 불리는 명문팀이다. 하지만 1988년 이래 우승이 없다. 다저스(Dodgers)는 날쌘돌이, 피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1958년 LA로 연고지를 옮기기 전 본래 연고지는 뉴욕 브루클린이다. 브루클린에서 사람들이 거리 전차를 피해다니거나 무임승차자가 많았던 데서 다저스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저스는 박찬호 덕에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외환위기 직후 풀죽은 국민들은 박찬호가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낼 때마다 환호했고 다저스를 한국대표팀인 양 응원했다. 올 들어선 미국 농구스타 매직 존슨이 참여한 투자회사가 다저스구단을 20억달러에 인수해 관심을 모았다. 다저스 경기만 60년간 해설한 빈 스컬리의 목소리도 국내 팬들의 기억에 생생하다.다저스가 다시 국내에서 화제다.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 영입에 280억원이란 거액을 베팅했기 때문이다. 야구 속설에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투수라면 지옥에서라도 잡아오라고 했다. 류현진이 그런 투수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다저스 홈페이지의 류현진 영입뉴스에는 댓글이 900개 가까이 달릴 정도로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다.
박찬호와 함께 다저스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노모 히데오는 “소시민은 언제나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팀 선배인 200승 투수 송진우는 “1㎞ 빠른 공보다 1㎝ 더 뺄 수 있는 제구력을 가진 투수가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야구다”고 했다. 류현진의 도전과 대활약을 기대해 본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