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소득 중요한 은퇴자들…즉시연금·암보험 가입 필수

부동산 줄여 금융자산 확보…암보험은 진단금 높게 잡아야
ACE생명 '무배당 즉시연금' 등 하이브리드형 상품도 유리
30년 가까이 은행원 생활을 한 이모씨(55)는 올초 정년보다 3년 빨리 명예퇴직했다. 이씨는 3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퇴직금으로 창업을 해볼까하다 곧 포기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업을 벌이다 실패하면 노후가 막막해질 수 있어서다. 대신 은퇴자금을 몽땅 즉시연금 상품에 넣어 월 100여만원의 ‘제2 월급’을 받도록 설계했다.

이씨는 “주변에서 퇴직금으로 주식에 손대거나 사업을 벌이다 쫄딱 망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며 “은퇴 후엔 안정적으로 고정소득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금 운용 방법일 것이다. 퇴직금을 은행 예금에만 맡겼다간 월 생활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예금 금리는 연 3%대에 불과하고 이자소득세(15.4%)까지 내야 한다. 3억원을 연리 3.5%짜리 예금에 맡길 경우 실제 월 수령액은 74만원에 그친다.

나이가 들수록 급증하는 의료비도 커다란 부담이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노후 재테크 전략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부동산 줄여 고정소득 확보를

은퇴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들의 가장 큰 문제로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 구조를 꼽는다. 자산이 주택 등 부동산에 묶여 있어 고정소득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퇴 후엔 주택 크기를 줄이고 차액을 금융자산으로 바꾸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은퇴자를 위한 금융상품으로는 즉시연금이 대표적이다. 퇴직금 등 목돈을 일시에 납입한 뒤 그 다음달부터 또는 일정 거치기간 후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는 만큼 연내 가입을 고려할 만 하다.

이자소득세가 없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 연금저축과 달리 연금 수령 때 연금소득세(5.5%)도 내지 않는다.

즉시연금의 수령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10년, 20년 등 일정기간 원리금을 나눠 받는 확정연금형과 평생 이자만 받다 사망 후 원금을 자녀에게 주는 상속연금형, 사망 때까지 원리금을 나눠 받을 수 있는 종신연금형 등이다. 이 중 종신연금형은 오래 생존할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일반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다. 상속연금형의 경우 부모를 계약자로, 피보험자를 자녀로 두면 상속 사유가 발생했을 때 세금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노인 암 등 병치레 대비해야

퇴직자 또는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노인성 질환과 치매 등 질병이나 상해 발생률이 높은데도 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다. 보험개발원이 올 상반기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보험 가입률은 44.3%에 불과하다. 전체 가입률(75.4%) 대비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60세 이상의 경우 미만자에 비해 백내장 당뇨병 간질환 등 노인성 질환이 약 6.46배, 골절은 1.96배, 치매는 51배 발병률이 높다. 특히 암보험에 가입한 고령자는 매우 적다는 통계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급등을 이유로 암보험 자체를 없애는 추세인 데다 가입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구조 탓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암보험을 선택할 때는 가급적 진단자금을 높여 잡는 게 좋다. 갱신형보다는 비갱신형이 유리하다. 보험료 인상은 물론 보험 거절 사유를 차단할 수 있다.

○다목적 하이브리드 상품 유리

은퇴자들을 위해 즉시연금과 암보험을 결합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ACE생명이 최근 내놓은 ‘무배당 더블업 암 즉시연금보험’은 즉시연금의 지급 방식에다 암 보장 기능을 추가한 독특한 형태다. 연금 개시 후 가입자가 암 진단(기타 피부암 및 감상샘암 제외)을 받으면 5년간 연금수령액을 두 배로 지급한다. 지급한도는 최대 5000만원이다.

가입 대상은 만 45~80세의 중·장년층이다. 1억원 이상을 일시납하면 구간별로 0.1~0.6%를 추가 할인 또는 적립해준다. 이 상품의 11월 공시이율은 연 4.5%다. 최저보증이율은 연 2.0%다.ACE생명의 뒤를 이어 다른 보험사들도 이 같은 형태의 결합연금 상품을 개발 중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결합보험은 모집비용의 절감을 통해 보험료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