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시진핑, 軍 통수권도 넘겨받는다"

"후진타오, 15일 黨총서기·군사위 주석 이양 후 은퇴"

장쩌민 '上王' 선례에 공산당 원로들 거부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사진)이 당 총서기는 물론 인민해방군 통수권을 가진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꿰차고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전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은 12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오는 15일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회의(18기1중전회)에서 군사위 주석직까지 시 부주석에게 물려주고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 주석은 내년 3월 국가 주석직도 시 부주석에게 넘길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시 부주석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이어 20년 만에 당권과 군사 통수권을 보유한 채 국가 주석에 오르는 최고지도자가 된다. 장쩌민은 자오쯔양 당 총서기가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숙청되는 바람에 1989년 총서기를 맡았고 1992년 군사위 주석에 오른 뒤 1993년 국가 주석이 됐다. 정치평론가인 천쯔밍(陳子明)은 “이유가 무엇이든 후 주석의 완전 은퇴는 그의 계승자인 시 부주석의 권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후진타오 은퇴 수순

2002년 11월 후 주석은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장 전 주석에게 당 총서기직을 물려받았지만 군사위 주석직은 약 2년 뒤인 2004년 9월에야 넘겨받았다. 당시 장 전 주석은 대만과의 긴장관계를 원만히 처리하기 위해 군사위 주석직을 더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막강한 권한을 이용, 자신의 사람들을 후진타오 정권의 요직에 배치하는 데 힘썼다.

이로 인해 후 주석은 재임기간 중 장 전 주석과 끊임없는 권력투쟁을 벌이면서 ‘힘없는 최고지도자’로 인식돼왔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그동안 후 주석 역시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봉쇄 전략, 일본·아세안과의 영토분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을 들어 2~5년간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후 주석이 군사위 주석직을 내놓는 배경에 대해 “과거 장 전 주석의 군사위 주석직 유임은 덩샤오핑이 마련한 후계자 승계구도를 위협하는 조치로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공산당 원로들은 이런 관행이 계속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 주석 본인도 군사위 주석직을 보유할 경우 발생할 논란을 원치 않는 데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 등 때문에 은퇴를 결심했을 것으로 SCMP는 분석했다.

군사위원회에는 이미 후 주석 계열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그가 굳이 군사위 주석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군사위 부주석에 오른 판창룽(范長龍) 지난(濟南) 군구 사령관과 쉬치량(許其亮) 전 공군사령관도 후진타오와 가까운 인물들로 알려졌다. 정부 몫의 군사위 부주석 자리에 후 주석의 측근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임명될 것이라는 설도 돌고 있다.

◆“시진핑 강력한 지도자 될 것”전문가들은 시 부주석이 군사위 주석에 오를 경우 후 주석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군을 장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 주석은 인민해방군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시 부주석은 인민해방군 출신 혁명투사인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후광을 입어 군부를 쉽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 부주석은 1979년 칭화(淸華)대학을 졸업한 후 3년간 중앙군사위 판공실에서 겅바오(耿飇) 국방장관의 비서를 맡았다. 당시 그는 계급은 없었지만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장교급 대우를 받았다. 중국을 이끌어갈 5세대 최고지도자(정치국 상무위원) 후보군 가운데 군 경력이 있는 인물은 시 부주석이 유일하다. 그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은 현역 소장(인민해방군 가무단장)으로 군부 내 인맥도 탄탄하다.

시 부주석은 2010년부터 군사위 부주석을 맡아 군 최고지도자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후진타오 계열로 알려진 팡펑후이(房峰輝) 군 참모장, 자오커스(趙克石) 총후근부(군수조달부) 부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린청핀 전 대만 국방부 차관은 “최근 단행된 군 인사를 분석해보면 시 부주석계 인물들이 꽤 많다”며 “이미 군 인사에서 시 부주석의 군사위 주석 승계가 예고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