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포퓰리즘 시대] 매년 대기업·공기업 정원의 3~5% '청년 의무 고용' 법안도

정치권이 대선 정국을 맞아 표만 생각하다보니 앞뒤 고려하지 않고 제출한 법안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청년고용할당제’와 ‘정년 60세 의무화’다. 청년고용할당제의 경우 대기업과 공기업이 매년 정원의 3~5%씩 신규 청년 인력 채용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할 경우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자리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청년고용할당제와 정년 60세 의무화를 동시에 도입하겠다는 것은 기업의 현실과 시장질서를 무시하고 청년층과 고령층에 ‘공약’(空約)이라도 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진다.

청년 미취업자를 민간 대기업과 공기업에 매년 정원의 3~5% 정도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할당제의 경우 기업들에 부담만 안겨줄 것이란 비판이 많다.로제타플랜이란 이름으로 처음 벨기에 정부가 도입한 이 제도는 청년 실업난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은 실패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그래서인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청년층의 채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자율적인 인력 활용을 제약함으로써 기업 경쟁력과 고용 창출 기반을 약화시켜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년 60세 의무화도 세대 교체 부진에 따른 인사적체 등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청년층의 고용시장 신규 진입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공급 임금체계 아래서 고령자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기업 경영의 성장동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많다. 특히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과 노조 권력이 세거나 지불 능력이 있는 대기업 근로자는 정년연장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년을 채우는 비율이 24%대인 현실에서 정년만 의무화할 경우 고용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많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