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브라질의 '탕전벽해'와 현대차

이건호 피라시카바/산업부 기자 leekh@hankyung.com
“멋진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합리적 가격의 현대차 HB20(현지명 아가베 빈찌)는 출시 때부터 성공했고, 브라질에서 가장 훌륭한 차로 선정됐다.”

제라우두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가 지난 9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 브라질 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500여명의 청중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현대차의 브라질 전용 신차 HB20(소형 해치백)는 공장 준공식을 이틀 앞둔 7일 ‘2013 브라질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준공식에선 중국 못지않게 관계를 중시하는 브라질 주요 인사들의 축사가 50여분간 이어졌다. 대부분 현대차 공장 준공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앙 마누엘 피라시카바 시의장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준 현대차에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페르난두 피멘테우 상공개발부 장관은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7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한 것은 브라질의 경제개발 정책이 옳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파르자스 네그리 피라시카바 시장은 “에탄올을 생산하던 황량한 사탕수수 밭이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자동차 단지로 탈바꿈했다”고 ‘탕전벽해’를 놀라워했다.

마지막으로 축사를 한 미셸 테메르 부통령은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피라시카바와 상파울루에 5000여개의 일자리를 가져왔다”며 “브라질 정부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라시카바시와 상파울루 주정부는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부지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도로·가스·전기 등 인프라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줬다. 공장을 맞닿아 지나는 고속도로는 물론 공장으로 연결되는 인터체인지와 공장 진입로를 새로 건설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모처럼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는 “현지 부품업체를 육성해 브라질 자동차 산업과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니 가는 곳마다 극진한 환대를 받는다. 기업이 애국하게 하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 정치인들이 새겨봐야 할 때다.

이건호 피라시카바/산업부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