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물류시대] "국내 녹색물류 걸음마 단계…복합물류센터·환적시설 확충 시급"

한경·국토해양부 주최'녹색물류산업 육성 방안'좌담회

자원의존형 경제로는 지속적인 성장 한계
산업 전반 패러다임 녹색산업으로 이미 전환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녹색물류 한단계 도약 기회
녹색물류기업 인증제도로 에너지 10~15% 절감 효과
체계적 관리 체제 구축등 정부의 종합적 지원 필요

치열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국내 녹색 물류 산업을 육성해야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녹색 물류는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물류 효율을 높여 부가가치를 더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녹색 물류 경영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경제신문은 14일 국내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녹색물류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박종흠 국토부 물류정책관을 비롯해 노홍승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정책기술본부장, 김동국 교통안전공단 녹색교통IT본부장, 김경석 공주대 교수 등이 참석했고 이상근 녹색물류협의체 위원장이 사회를 봤다.△국내 녹색물류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박종흠 국토부 물류정책관=환경 친화적인 물류활동이 활발한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녹색 물류에 대한 기업의 인식 수준이 높지 않다. 비용 부담과 정보 부족 등의 문제로 투자 의지도 소극적이다. 육상 화물운송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데 지입 또는 위수탁의 다단계 구조로 이뤄져 온실가스 관리가 취약하다. 정부는 화물운송업계의 열악한 녹색 물류 추진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참여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김경석 공주대 교수=국내에서는 국제 탄소시장에 적극 대비하고 시장 선점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정부는 2~3년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 소비 최소화를 위해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제화 부문이 취약하고 보편화하지 못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국제 인증기구에서 물류 부문 전환사업에 대한 인증 사례가 없다는 점과 국제적 프로그램 인증을 위한 제도적 지원 체계 또한 미흡하다는 한계점도 있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녹색물류사업의 파급 효과는.

▶박 물류정책관=에너지 다소비 체제가 지속될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매년 국내총생산의 5~10%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자원 의존형 경제성장 방식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으며,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도 녹색산업으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물류산업도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물류업계도 녹색 물류 활동을 촉진해 기업의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화주물류기업과 개인 차주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노홍승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정책기술본부장=원재료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인건비 상승과 유가 급등은 위기다. 게다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은 물류 분야의 또 다른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부터라도 녹색 물류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정책과 기술 개발 노력을 기울인다면 국내 물류산업의 성장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녹색물류기업 인증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는.

▶노 본부장=녹색물류기업 인증 제도는 세계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환경규제가 물류업계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인식에서 정부가 마련한 지원 정책이다. 국내 물류기업들이 환경을 고려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 활동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물류기업들은 녹색 물류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녹색 물류 체계 전환 속도를 촉진시켜 국가적으로 환경 부하를 줄이고 해외 유수 물류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김 교수=이 제도의 가장 큰 효과는 녹색 물류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이 에너지 절감 및 탄소배출 감소 성공 사례를 발표함으로써 효과는 커졌다. 또 화물차 관리부터 물류시설, 기업 전체까지 관리하는 가장 포괄적인 사업으로서 녹색 물류 기술의 개발과 보급, 확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에너지 절감 효과도 10~15%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 이미지 개선과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 국제적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효과도 가져온다.△녹색물류 성공·실패 사례를 든다면.

▶박 물류정책관=일본의 경우 그린물류파트너십 제도를 통해 야자키공업과 쓰바사운수는 환경조화형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공동 수·배송을 실현시켜 화물차의 주행거리 단축과 운행 횟수를 줄였다. 또 디지털 주행기록계를 통해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교정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배송 차량을 교체해 기존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감축시켰다. 도시바라이텍과 도시바물류는 철도로 운송 수단을 전환하면서 적재율을 향상시켜 기존 온실가스 배출량을 3분의 2가량 감축했다.

▶김동국 교통안전공단 녹색교통IT본부장=녹색 물류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독일 북해항구의 연접시설을 위한 IT 기반 정보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는 컨테이너 운송 정보가 교통 수단 간에 제때 전달되지 않거나 부적절한 형태로 전달돼 물류 효율성을 떨어뜨린 사례다. 유럽연합은 물류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기술 인프라 표준화를 녹색 물류의 성공 조건으로 삼았다. EU는 국제복합운송협회(UIRR)가 구축한 중앙통제 물류정보 시스템(CESAR)을 토대로 8개 대형 물류업체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한 정보 플랫폼을 활용, 복합운송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했다. 이를 통해 CESAR은 유럽 물류 운송의 70%를 관장하고 있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김 본부장=철도·해운 물류가 도로 물류와의 경쟁에서 뒤진 이유는 환적 비용 및 시간과 관련이 있다. 수평적 환적 시스템은 적재 단위당 3~5분의 환적 시간이 필요한 반면 수직적 환적 시스템은 적재 단위당 0.4분의 환적 시간이 필요하며 초기 투자비용은 기대 편익보다 높고 환적 거리는 길다. 한국은 물류 선진국과 달리 수직적 환적 시스템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또 도로에서 철도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산지와 복합물류센터 간 단거리 환적 수요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물류 선진국에서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역점을 두고 부족한 자연 재화의 효율적인 접근과 이용, 매출 시장의 접근성 개선, 서비스 상품 개발 및 다각화, 새로운 시장 발굴과 신속한 편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노 본부장=현재의 녹색물류기업 인증은 기업 측에서 관리책임자를 선임했는지, 관리체계를 갖췄는지, 정량적인 성과 검증 체계를 갖췄는지 등을 인증하는 기초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제대로 된 녹색물류기업 인증 제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고취시키는 단계, 체계적 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단계, 철저한 성과 관리에 근거한 기업 경영구조를 실현하는 단계 등 단계적인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뚜렷한 성과지표 개발 및 구체적인 감축량 산정 방법을 제시하고 규제를 강화해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녹색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은.

▶김 교수=최근 국내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국내 녹색물류산업에도 좋은 기회다. 국내 녹색물류산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국제 탄소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따라서 녹색 물류 기술의 신기술 인증 및 적용 확대 등을 독려해야 한다. ▶김 본부장=정부는 복합물류센터와 환적시설의 설치·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독일처럼 환적시설 촉진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녹색 물류 계획을 수립해 운송 수단 전환 촉진, 공차 방지, 공동 물류센터 운영 등 녹색 물류 추진 전략을 구체화하고 매년 평가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화물 및 여객열차의 속도 균형, 이용 밀도가 매우 높은 구간의 화물과 여객 운송의 분리, 화물열차의 길이 증대 등 철도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다.

정리=이계주 기자 l 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