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의 애마 애스턴마틴 새 주인은 누구?

쿠웨이트 투자회사 급격한 판매감소에 인수 5년 만에 매각 방침
타타·도요타·현대차, 인수 후보로 거론

영국의 최고급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이 5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2007년 미국 포드사로부터 애스턴마틴을 사들인 쿠웨이트 투자회사 인베스트먼트 다르가 이를 팔기로 했다. 애스턴마틴은 글로벌 대형 자동차 회사에 속하지 않은 마지막 럭셔리 브랜드인 만큼 누가 주인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베스트먼트 다르는 애스턴마틴의 지분 64%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블룸버그는 이 회사가 애스턴마틴 매각을 위해 로스차일드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업계에선 애스턴마틴의 매각대금을 8억달러(약 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베스트먼트 다르가 2007년 포드에 7억6600만달러를 주고 인수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애스턴마틴은 경영난에 빠져 있다. 판매량은 2007년 7200대에서 지난해 4200대에 그쳤다. 매출은 1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로는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와 타타그룹, 일본 도요타가 거론되고 있다. 타타그룹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갖고 있다. 도요타는 두 달 전 전문회사를 고용해 1주일 동안 애스턴마틴에 대한 기업평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애스턴마틴과 잠재적 인수자들 모두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세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애스턴마틴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럭셔리 세단인 벤틀리와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포르쉐는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인수했고, 롤스로이스는 BMW그룹에 편입됐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에 속해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도 인수자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2006년 같은 영국 브랜드인 재규어, 랜드로버 인수를 추진했었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인 ‘헥사고날 그릴’과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애스턴마틴과 비슷한 점이 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로고 역시 애스턴마틴의 로고와 같은 날개 모양이다. 현대차가 지향하는 ‘모던 프리미엄’의 정상에 서 있는 브랜드인 만큼 애스턴마틴 인수를 통해 선진 기술과 디자인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2006년 포드가 애스턴마틴을 매각할 때 현대차가 유력 후보라는 말이 나온 적도 있었다”며 “인수금액이 9000억원 안팎이라면 연간 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현대차에 크게 부담되는 금액도 아니다”고 했다. 애스턴마틴은 1913년 영국 사업가 라이오넬 마틴이 설립했으며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경영난으로 1994년 포드사에 매각됐고, 2007년 쿠웨이트 자본으로 넘어갔다. 영국의 첩보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항상 타고 다녀 ‘본드카’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007 스카이폴’에도 클래식카인 1964년형 ‘DB5’가 등장한다. 전 세계에 네 대뿐인 이 차의 가격은 대당 46억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v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