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와 사고뭉치 아들…혹독한 현실에 버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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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영화제 2관왕 '범죄소년' 22일 개봉“섬세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현실을 관통했다. 캐릭터의 감정을 완벽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단연코 ‘올해의 발견’이다.”
지난달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심사위원특별상과 남우주연상 등 2관왕에 오른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이 오는 22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엄마와 범죄자 아들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미혼모와 소년범의 문제를 흥미롭게 들춰낸 수작이다. 엄마는 비행 청소년처럼 행동하고, 범죄 청소년은 몸은 어른인데 어린이처럼 사고한다. 보호관찰 중인 ‘범죄소년’ 장지구(서영주)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빈집털이에 가담한다. 그는 빈집에서 만화책을 읽다가 체포된다. 병환이 깊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그는 구제해줄 가족이 없어 1년간 소년원 신세를 진다.
그러던 어느날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 장효승(이정현)이 나타난다. 엄마는 열일곱 살에 지구를 낳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집을 뛰쳐나간 사람이다. 13년 만에 아들과 함께 살게 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돈을 빌리다 거절당하자 허드렛일을 하던 미용실에서 난동을 부린다. 직장에서 쫓겨난 그는 좀도둑질을 하다 나중에는 술집으로 흘러들어간다.
장효승은 보통의 엄마들처럼 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도 아들처럼 사고뭉치여서 지구와 친구처럼 고민을 나누는 사이다. 그렇지만 아들을 끔찍이 사랑한다. 다만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하는지를 모를 뿐이다. 영화는 미숙한 모자(母子)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들 자신뿐임을 강조한다. 미용실 주인이나 식당 주인처럼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모자를 외면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악덕 자본가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들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으로 거절하기 때문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열다섯 살의 서영주는 국내 연기자로는 최연소 해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꽃잎’에서 광주학살의 후유증을 앓는 소녀로 열연했던 이정현은 엄마 역을 감칠맛나게 소화했다. 강이관 감독은 “소년원에 들어가 살펴보니 대부분 평범한 소년들인데 주위의 방치로 범죄자 신세가 됐더라”며 “열심히 살던 이들이 한순간의 감정적 폭발로 인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안타까운 상황을 담아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