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또한번 3관왕이냐 vs 허윤경, 2위의 반란이냐

KLPGA 최종전 ADT캡스 대회
상금왕·대상 여전히 '박빙 승부'

“타이틀 경쟁이 너무 심하고 박빙이라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김하늘) “무릎 부상은 전혀 문제 없어요. 김하늘 언니를 제치고 첫승과 상금왕을 동시에 해내고 싶어요.”(허윤경)

국내 여자프로골프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챔피언십(총상금 4억원·우승상금 8000만원)에서는 개인 타이틀을 놓고 막판까지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할 듯하다. 상금왕, 대상, 최소타수상 등의 향방이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김하늘, 2년 연속 3관왕 도전

지난해 다승왕, 상금왕,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했던 김하늘(24·비씨카드)은 올해 상금왕과 대상, 최소타수상 부문에서 현재 1위를 달리며 2년 연속 3관왕에 도전한다. 상금은 4억5548만원으로 2위 허윤경(22·현대스위스)에게 5123만원가량 앞서 있다. 3승으로 다승왕을 확정한 김자영(21·넵스)은 3억8590만원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우승을 하더라도 김하늘의 성적이 나빠야 상금왕에 오를 수 있는 불리한 처지다.

올해의 선수상에 해당하는 대상 경쟁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김하늘은 293점을 획득해 2위 양제윤(291점)에 불과 2점 앞서 있다. 대상 포인트는 매 대회 상위 10위까지에게만 주어진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는 40점, 준우승 22점, 10위 11점을 준다.
김하늘은 “대상 포인트가 2점 차이밖에 안돼 ‘톱10’에 든다고 해도 등수가 밀리면 바로 역전되는 상황”이라며 “타이틀을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워 타이틀보다는 시즌 2승을 하겠다는 목표로 대회에 임한다”고 말했다.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캐디로 KPGA세미프로인 동생 대원(19)을 데리고 온 김하늘은 최소타수상에서 71.47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양수진(21·넵스)은 71.81타, 3위 허윤경은 71.82타다. 김하늘이 경쟁자보다 20타 이상 더 치지 않는 한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허윤경, ‘무관의 설움’ 씻는다추격자 입장인 허윤경은 우승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시즌 막판 무릎 부상으로 부산은행·서경오픈 1라운드 도중 기권한 그는 “왼쪽에 약간의 염증이 있을 뿐 큰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무릎에 테이프를 감은 채 출전한다.

지난주 악천후로 대회가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샷 감각이 좋아 끝까지 대회를 치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까칠하고 어려운 코스를 좋아해 그런 곳에서 대회를 하면 내가 유리하다. 그러나 대회 코스가 그리 어렵지 않아 어떨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또 “2위를 자주하다보니 주변에서 징크스 얘기를 많이 하지만 난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라이벌인 김하늘 언니를 넘어 시즌 첫승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상 포인트 255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는 허윤경이 우승을 차지하고 김하늘과 양제윤(20·LIG손해보험)이 10위권 밖으로 벗어나게 되면 대상도 거머쥘 수 있다.◆버뮤다 그린 잔디가 변수

이번 대회는 15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 라구나내셔널GC(파72·6517야드)에서 열린다. 올해 9회째다. 지난해까지 제주도에서 열렸으나 악천후를 피할 장소를 물색하다 주최 측인 ADT의 지사가 있고 이 기간에 ‘코리언 페스티벌’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옮기게 됐다. 코스는 국내보다 쉽지만 전형적인 ‘버뮤다 잔디’에 누가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버뮤다 잔디는 억세기 때문에 강한 스트로크를 해야 하고 잔디결에 따른 라인을 읽는 게 중요하다.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가 수시로 내려 라운드 도중 경기가 중단되는 일도 잦다.

싱가포르=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