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해외 원전·자원개발…한전, 글로벌 기업으로 간다

Cover Story - 한국전력

지구촌 곳곳 수익'파란불'
UAE 등 10개국서 21개 사업…베트남·터키에 원전수출 준비

전기료 현실화는'빨간불'
정부가 요금인상 억제…연료비 올라도 반영 못해…팔수록 손해보는 구조

한국전력은 지난해 유럽 금융전문지 유로머니로부터 ‘2011년 중남미 올해의 프로젝트’ 상을 받았다. 한전이 수주한 멕시코 노르테Ⅱ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사업에 활용한 자금조달 방식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노르테Ⅱ 사업을 발주한 곳은 멕시코연방전력위원회(CFE). 발전용량은 43만㎾급으로 멕시코의 8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규모다. 한전은 사업 자체를 담보로 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전체 사업비의 80%인 3억3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서근배 한전 해외사업전략실 프로젝트금융팀장은 “기존 중남미 PF시장에서 사업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전이 사업개발 역량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이 국내 전력 공급회사를 넘어 해외 민자발전사업(IPP)부터 자원개발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집중하고, 해외에서는 원자력 화력 등 발전소 운영사업과 석탄 우라늄 등 자원개발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지난 50년간 자산규모 7000배 커져

한전의 모태는 한국전력주식회사다. 이 회사는 1961년 7월 서울 남대문로 2가 5 일대 옛 경성전기 사옥에 현판을 내걸었다. 발전회사인 조선전업과 배전회사인 경성전기·남선전기 등 3사를 통합해 단일 전력회사를 설립한 것. 20여년 후인 1982년 정부가 이 회사 주식을 매입, 공사(公社)로 재탄생했다.

지난 50년간 한전은 한국경제와 함께 성장했다. 고객은 1961년 80만가구에서 작년 1981만가구로 25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전력량은 12억㎾h에서 4551억㎾h로 379배, 총자산은 134억원에서 94조7669억원으로 7072배 증가했다. 매출도 25억원에서 50여년 만에 43조2149억원으로 1만7000배 이상 늘었다. 한전이 제공하는 전력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한국의 가구당 연간 평균 정전시간은 12.4분으로 미국(120분), 프랑스(73분), 영국(68분)에 비해 낮았다.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송배전 과정에서의 전력이 얼마나 손실되는지를 나타내는 송배전손실률도 3.69%로 영국(7.8%)과 프랑스(6.9%)의 절반 수준이다. 구본우 한전 마케팅본부장은 “선진국과 비교해 세계 최저 수준의 요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기업과 일반 가정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2025년 해외 매출 비중 절반으로 확대

한전은 1993년부터 해외사업에 뛰어들었다. 포화 단계에 이른 국내 전력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 한전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비롯해 모두 10개국에서 21개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사업 부문 누적 매출은 8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한전 매출의 3%에 불과하지만, 누적 이익은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누적적자만 10조원에 달하는 국내 사업과 달리 해외사업은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전이 2025년까지 해외 사업을 전체 매출의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전의 해외 주력사업인 화력발전은 필리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필리핀은 한전이 처음 진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말라야 일리한 등 한전이 필리핀에 건설한 4개 화력발전소는 이 나라 전체전력 공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첫 원전 수출인 UAE 프로젝트에 이어 제2의 원전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이 한국을 원전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원전 추가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베트남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핵심 공략국가로 정해, 현지 실정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원전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우라늄 등 발전연료 확보에 주력

해외 자원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전은 현재 유연탄과 우라늄을 각각 15억과 23만을 확보하고 있다. 올 2월에는 캐나다 우라늄 개발회사인 스트라스모어사(社)의 주식 14%를 인수했다. 이 계약에는 향후 미국 와이오밍주 개스힐 우라늄 광산의 지분 40%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한전은 우라늄 국내 연간소비량의 12% 수준인 545을 확보하게 된다. 풍력 태양광 지열 등 해외 신재생 발전사업도 미래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중국 네이멍구 츠펑에 50여대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전체 발전용량은 170만㎾로 츠펑시 전체 전기소비량인 500만㎾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한전은 또 덴마크 동에너지(Dong energy)와 해상풍력 및 스마트그리드 분야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에너지는 덴마크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상업용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운영하고 있다.

○적자 탈피가 현안 과제

국내에서 한전의 가장 큰 과제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한전은 올초 국내 부문 부사장을 직속으로 전력수급실을 신설했다. 대형 원전 및 화력 발전소가 건설되기 전인 2014년 여름까지 전력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에 또 다른 현안은 적자 해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누적 적자는 올 상반기 기준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물가 안정 우선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발전회사로부터 비싼 가격에 전기를 사서 싼 값에 가정과 기업에 팔아야 하는 전력거래시스템도 한전의 적자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료비가 올라도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연료비 연동제는 지난해 7월 도입됐다. 유류나 가스 등 전기 원료의 가격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침에 따라 아직 연동분을 요금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현실화와 전력거래시스템 재편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고강도 자구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우선 발전자회사를 포함, 전 부문의 생산 효율을 높여 1조1000억원가량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다. 부동산 임대 등을 통해 6000여억원의 수익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박규호 한전 기획관리본부장은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와 환율변동 등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대외변수가 많아 지난 7월부터 위기관리 대응을 2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했다”며 “4년 연속 적자에서 탈피하기 위해 기획관리본부장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등 상시 위기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