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원 LIG회장 등 '3부자' 동시 기소

2000억대 사기성 CP발행 혐의
檢 "금융시장 폭탄 던진 행위"…LIG "재판서 오해·의혹 풀 것"

구자원 LIG그룹 회장(76)이 220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 회장의 두 아들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윤석열)는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계획을 미리 알고도 투자자 1000여명에게 모두 2151억원어치 CP를 발행해 부도처리한 혐의로 구 회장과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40)을 불구속 기소하고,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2·사진)은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오춘석 LIG 대표(53)와 정종오 전 LIG건설 재무담당 최고책임자(58)도 구속 기소하고, LIG그룹 재무관리팀 상무 A씨(49) 등 임직원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구 회장 부자는 경영위기에 처한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 2009년부터 지난해 3월 초까지 1894억원 규모의 CP와 257억원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모두 2151억원에 달하는 CP를 발행했다. 검찰은 LIG그룹이 고의로 파산 직전의 회사 CP를 발행했다고 판단, 이번 사건을 ‘금융시장에 대한 폭탄투척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례적으로 구 회장 부자 3명을 동시에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LIG그룹은 2006년 건영을 인수해 LIG건설을 설립하면서 투자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받고, 계열사인 LIG손해보험 주식 전부와 LIG넥스원 주식 25%를 담보로 내놨다. 담보약정에는 LIG건설이 부도위기에 처하면 담보로 맡겨둔 주식을 금융회사가 가져갈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구 회장 부자는 2010년 9월 LIG건설이 부도상태에 직면해 주식을 모두 잃게 될 위기에 처하자 주식을 되찾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CP를 발행, LIG건설을 연명시킨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CP를 판 돈으로 담보주식을 되찾자 곧바로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CP를 산 투자자들은 대부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당기순이익을 조작,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로 CP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으로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LIG 측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해 오해와 의혹을 풀고, 서민 투자자들에 대한 구체적 배상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