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부정경선 462명 무더기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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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7개월 수사 마무리…절반이 중복투표4·11 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을 위한 인터넷 투표에서 동일한 인터넷주소(IP)에서 2건 이상 투표한 사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등 부정 대리 투표가 전국적으로 행해진 사실이 확인됐다.
특정 후보 몰아주기 "민주주의 기본가치 훼손"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임정혁)는 전국 14개 지방검찰청에서 지난 3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자 경선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중복·대리 투표를 한 혐의(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로 1735명을 수사,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878명은 입건유예 등 불기소하고 나머지 395명은 계속 수사 중이다. 구속자 중에는 오옥만 씨(51) 이영희 씨(50), 윤갑인재 씨(50) 등 비례대표 경선 후보자 3명이 포함됐다. 임정혁 부장검사는 “형사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일 IP에서 10건 이상 중복 투표한 경우로 수사 범위를 제한했다”며 “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훼손했으며 당내 조직 동원에 의해 선거 결과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일부 피의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10년 동안 계속돼 온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조사돼 정당 내 경선에서 대리 투표가 그동안 만연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이 압수한 서버를 분석한 결과 총 온라인 투표 3만6486건(전체 비례대표 경선 투표의 86.9%) 가운데 동일한 IP에서 2건 이상 투표된 사례는 3654건에 1만8885명으로 전체 투표의 51.8%를 차지했다. 같은 IP에서 100건 이상 투표한 경우도 8건에 1348명이 적발됐으며 10건 이상 투표한 사례 역시 372건에 8890명에 달했다.
후보자별로는 온라인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이석기 후보의 1만136표 가운데 5965표(58.85%)가 2개 이상 IP가 중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 IP에서 10건 이상 중복 투표한 사례를 지역별(해당청)로 보면 광주가 전체 8890명 가운데 1915명이 중복 투표해 21.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서울중앙(13.6%) 수원(10.6%) 전주(10.5%) 제주(10.0%) 순이었다. 대리 투표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성명모용 사례)는 온라인 투표 사실을 모르는 고령자 A에게 잠시 휴대폰을 빌린 다음 A 명의로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접속, 휴대폰으로 전송받은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임의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이 경우 ‘투표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해 업무방해죄뿐 아니라 공직선거법에도 위반된다. 다른 하나(대리투표 사례)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기 위해 B로부터 온라인 투표를 위임받고 B의 휴대폰으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전달받아 B 명의로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접속한 후 투표(업무방해죄)하는 것이다.
일부에선 청소원도 동원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지역 당원 A씨는 임차아파트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60~70대 아파트 청소원과 경비원, 주민 18명을 경선이 임박한 시점에 당에 가입시켰다.
일부 청소원은 자신이 당원으로 가입된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A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줬고, A씨는 이들 명의로 이석기 후보에게 몰표를 찍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