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소재, 반도체처럼 전략산업으로 키운다

지경부·화학연구원 '탄소산업 발전 포럼'

중간원료 공정기술 부족…수입 의존도 57% 달해
車·IT·전지까지 활용…연구개발·응용 집중 지원
2020년까지 글로벌 탄소기업 5개사 육성을 목표로 하는 ‘C(탄소)-산업 프로젝트’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지식경제부는 1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C-산업 발전 포럼’에서 인조흑연, 탄소섬유, 카본블랙, 탄소나노튜브, 활성탄소, 그래핀 등 6대 탄소소재를 중심으로 한 ‘C-산업 발전전략’을 공개했다.지경부와 한국화학연구원 주최로 열린 포럼엔 정부 관계자와 화학 관련 학회, 기업 등에서 200여 명이 참석해 연평균 8~9% 성장하고 있는 탄소산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탄소산업은 원유, 가스, 석탄 등의 탄소 원료로부터 인조흑연이나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등 탄소계 소재를 생산해 이를 항공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 원료를 합성하거나 방사해 전구체를 만들고 이를 최대 3000도 이상에서 열처리하면 그 조건에 따라 다른 탄소소재를 제조할 수 있다. 가볍고 강하며 전도성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2340억원에 이르는 차세대 항공기 B787에서 탄소소재가 차지하는 중량 비중은 25%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날 포럼 기조연설에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고 소재부품 1등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극한소재 개발과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런 맥락에서 탄소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2500억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탄소산업 시장 규모는 2030년엔 2조7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나 석탄을 가공해 탄소소재 원료를 만들면 부가가치는 10배 이상 높아진다. 이 탄소소재를 항공기 동체나 2차전지 음극재 등으로 활용하면 그 가치는 30배 이상 급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탄소소재는 골프채와 자전거 등 레저용품을 시작으로 자동차와 항공, 정보기술(IT)과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쓰임새가 확대되는 추세다.

김재현 화학연구원 원장은 “한국은 탄소소재의 원료인 석유, 석탄 수입이 많고 자동차, 항공, 철강, IT 등 탄소소재의 수요산업이 발달했지만 탄소소재 생산에 중요한 중간원료의 경우 제조공정·기술이 없다”며 “이 같은 중간재 개발은 한국이 소재 산업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010년 기준 국내로 들여온 탄소소재는 7억3000만달러 규모로, 수입 의존도가 57.7%에 이른다. 전극봉, 리튬전지 음극재 등에 쓰이는 인조흑연과 자동차, 선박, 퐁력발전기 블레이드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100% 수입했다. 자전거 프레임이나 고무복합재에 쓰이는 탄소나노튜브와 수질이나 대기오염 방지재에 쓰이는 활성탄소 역시 8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프린터 잉크나 페인트, 코팅제에 활용되는 카본블랙도 12.2%를 수입했다. 유승곤 충남대 명예교수는 ‘탄소산업 개요 및 국내외 동향’ 발표에서 “초고온, 초강도, 초경량 재료의 경쟁시대”라며 “국내외 탄소재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탄소과학과 산업발전에 필요한 신탄소재료의 연구ㆍ개발(R&D)과 응용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경부는 기술개발, 인력 양성 등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탄소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남기만 지경부 주력산업정책관은 “선진국들이 탄소 소재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기술로 지정해 국가차원의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탄소소재를 국가 핵심 산업인 조선, 반도체, 자동차, 제철, 항공산업 분야 R&D와 산업생태계 기반 구축을 위한 핵심소재로 선정하고 5대 주력산업의 중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