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글로벌 경제 '먹구름' 더 짙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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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덴트 외 지음 /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415쪽 / 1만7000원
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곽수종 지음 / 글로세움 / 352쪽 / 1만4800원
"베이비부머 노후준비에 디플레이션" 인구 변화로 예측
위기는 2017년까지 이어져…내년·내후년 큰 위기 경고
“‘헬리콥터 머니’도 소용없다. 지금 우리는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한 경제의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국내외 경제 전망이 어둡다.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만 한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아닌 깊은 경기 하강과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돈을 뿌리면 살아나는 일시적인 침체가 아니라 최악의 구조적인 불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내년 이후 세계경제 전망과 대비책을 제시한 두 책이 관심을 끈다.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와 《세계경제 판이 바뀐다》이다.《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를 쓴 미국의 유명 경제예측가 해리 덴트는 “향후 10년은 혼란스러운 위기와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인구 구조의 변화 추이를 기초로 경제를 예측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말처럼 금리와 통화량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제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소비의 주체인 사람들이고, 따라서 인구 구조와 이에 따른 소비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미국 경제는 2020년까지 하강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던 것은 미국 경제의 최대 인구집단인 베이비붐 세대인데, 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은 37~42세 때 기존의 집을 팔고 새 집을 사면서 인생에서 가장 큰 집을 갖는다. 베이비부머는 199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이 시기를 맞이했다. 베이비부머들은 46세 전후가 되는 2007년에 생애 주기상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대출 전략이 소비 분위기를 가열시켰다. 이런 소비는 보통 50세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2011년 말까지 소비강세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노후를 생각할 때가 됐다. 소비와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퇴직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42조달러에 달하는 민간부문 부채와 공공부문 부채 문제가 뒤엉키면서 이전의 경기침체와는 성격이 다른 경제의 겨울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고령화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의 요인이다.
저자는 중국경제의 경착륙도 우려한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과잉 확장과 과잉 생산 능력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진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면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이 전 세계에 또 다른 형태의 ‘부채 시한폭탄’으로 디플레이션 위기를 재촉할 것이란 얘기다. 중국 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생산가능인구의 구조적인 추세 또한 2015년에 정점에 이른 뒤 2025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진단한다.
《세계경제 판이 바뀐다》는 경제전문가 곽수종 씨의 세계 경제 전망이다. 세계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 분석한다. 저자는 글로벌 경제위기는 2017년까지 이어질 것이며, 내년과 내후년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서 위기의 시발점으로 찾는다. 향후 세계경제 질서의 흐름, 유럽 경제위기의 원인과 해결책,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위험 요인 등에 대한 시각이 돋보인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판도 변화 과정에서 한국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시장과 사업 기회를 제공할 중국과의 관계 또한 긴밀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