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소도시 주민은 대형마트에도 못간다?

서울시와 6개 광역시를 제외한 9개 도 중소도시에는 2015년까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형마트는 인구 30만명 미만, SSM은 인구 10만명 미만 지역에서 신규 출점을 하지 못한다. 지식경제부가 주도해 만든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 참여한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중소상인 대표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한 내용이다. 기존 점포도 한 달에 평일 이틀간 휴무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각 지자체에 이 합의사항을 권고키로 했다. 말은 자율이지만, 사실상의 강제다.

이번 합의가 나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권이 대형마트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영업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15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현재 월 2일인 의무휴업일을 3일로, 영업금지 시간도 밤 12시~다음날 오전 8시인 것을 밤 10시~다음날 오전 10시까지 확대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1년에 3회 이상 위반하면 한 달간 영업을 못 하도록 만들어놨다.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추가 규제가 쏟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대형 유통업체들로선 엄청난 압박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업체들로선 차라리 지경부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대형마트를 규제해 동네상권을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는 오류다.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해도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시장 상인들이 하소연하는 그대로다. 토요일 영업을 금지시키면 소비자들은 금요일 저녁에 매장을 찾아 장바구니를 채우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되레 규제를 강화하겠다고만 드니 문제는 계속 꼬여만 간다.

물론 중소상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형마트를 두들겨서 풀릴 일이 아니다. 싸고 좋은 상품, 편리한 매장은 소비자들이 제 발로 찾아든다. 중소도시에서 대형마트와 SSM을 2015년까지 더 못 만들게 해도 상권이 살아나지 않으면 그때가서는 또 뭐라고 핑계를 댈 것인가.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