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장인은 '급여' 중시하지만 한국은 인사제도에 민감"

글로벌 인터뷰 리처드 페인 에이온휴잇 아·태지역 인재·보상부문 대표

"시장 선도하는 기업 되려면 직원 미래까지 생각하는 '총보상 체계' 만들어야"

“회사가 많은 급여를 주면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자신이 받는 월급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리처드 페인 에이온휴잇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재·보상부문 대표는 기업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 ‘임직원들에 대한 성과 보상을 급여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적했다. 직원 연봉을 결정할 때 경쟁사들의 급여 수준을 파악한 뒤 ‘충분한 수준’으로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급여는 직원들이 회사를 다닐지 여부를 결정할 때 ‘첫 번째’로 생각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모든 것’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급여 보상 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강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페인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세종로 에이온휴잇 사무실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가진 뒤 기자와 만났다. 에이온휴잇은 지난해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인사조직 컨설팅회사로 전 세계 90개국에 진출해 있다.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80%가 이 회사의 고객이다.


그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동기가 무엇인지 조사한 자료가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임직원들이 근로 의욕을 북돋우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사제도(people/HR practice)’를 꼽았지만 중국에서는 ‘급여(pay)’를 중시했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서는 돈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가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교육 훈련과 승진 기회 등을 더 중시한다는 얘기다. (표1 참조)

근로 의욕을 꺾는 요인도 한국과 중국이 확연히 달랐다. 한국에선 ‘성취감 부족’이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힌 반면 중국에서는 ‘상사와의 갈등’과 ’다양성 부족’을 많이 지적했다. (표2 참조) 페인 대표는 “인도에 있는 기업들에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이 매우 많다”며 “조사해보니 에어컨과 조명이 잘 되는 사무실이 집보다 더 쾌적해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회사의 근무 환경도 직원들에게 좋은 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인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임직원들의 발전 가능성(potential)까지 고려하는 급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향후 10년 뒤에는 임직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급여 체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회사의 급여 보상 체계를 발전시키려면 ‘총 보상(total rewards)’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인 급여 보상 체계에 들어 있는 △급여 △상여금 △휴가 △건강보험뿐 아니라 △장기적인 동기 부여 △결혼 및 동료 관계 형성 △비전 △웰니스(wellness) △은퇴 △교육프로그램 △자기계발 등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페인 대표는 “총 보상은 직원들의 요구와 실적, 잠재력 등 개인적 특성을 반영해 적절한 개별 보상을 하는 시스템”이라며 “기본급을 올리거나 인센티브를 더 주는 것 말고도 여가시간을 조정하거나 지도자 교육을 받게 하는 등으로 다양하게 보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한다”며 “하지만 머리를 조금이라도 더 써야 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은 급여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성과와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탁월한 인재를 영입하고 의료 서비스에 외국어 강의, 사내복지까지 철저히 챙겨준다고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기업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사람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경우 보상 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며 “직원 개개인에게 적절한 총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의욕을 얼마나 갖고 일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 5월 에이온휴잇이 전 세계 기업의 보상 실태에 관해 조사한 자료가 있다”며 “임직원들의 절반가량이 의욕 없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12~13%(8분의 1)가 ‘심각하게 의욕을 잃은 상태’이고, 16~20%(6분의 1~5분의 1)는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인 대표는 개인별 특성까지 고려하는 ‘총 보상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이 현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7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초 조사한 결과 88%의 기업이 총 보상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에는 동감했지만 실제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총 보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조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쉬운 작업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여러 개의 목표를 한번에 이루는 것은 어렵다”며 “목표를 명확하게 정한 뒤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보상이 가장 가치 있게 여겨지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이직률을 떨어뜨려야 하는 회사는 △단기 성과급 지급 △휴가일수 확대 △학습환경 마련 △보험 제공 등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 가운데 직원들이 성과급과 휴가일수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페인 대표는 “어떤 기업은 급여를 동결하고서도 10년 사이에 ‘일하고 싶은 동기가 부여된 직원’ 비율을 35%에서 65%로 끌어올린 사례가 있다”며 “급여 인상 외에 직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부분에 투자함으로써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회사를 이끌 리더십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15%, 잠재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은 10%, 향후 좋은 실적을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6% 등으로 성과급을 차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톱 클래스 기업은 직원들의 미래를 읽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이런 ‘재능’에 따른 보상도 하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려는 인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몰입도 높이는 제도는? 25~44세는 '인사'…45세 이상 '리더십'

에이온휴잇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외국계기업 60여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조사한 결과 25~44세는 인사 제도가 잘 갖춰져 있을 때, 45세 이상은 기업의 리더십이 탁월할 때 업무 몰입도가 가장 많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5~54세 임직원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 55세 이상은 기업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때 업무에 의욕을 가장 많이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는 개인의 업무역량 향상과 관련된 사내 제도가 있는지 여부를 중시했다. 특히 25~34세의 젊은 층은 인사제도 다음으로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받는 요소로 ‘성과 관리’와 ‘업무 절차’를 꼽았다. 35~44세는 승진 기회와 급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40대 중반 이후에는 업무 외적인 부분이 충족됐을 때 성과가 향상됐다. 45~54세 임직원들은 사내 조직에서 인정을 받을 때, 55세 이상은 쌓아온 경력을 토대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때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5세 이상은 나이나 성별, 학벌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잡고 있을 때 업무 몰입도가 높았다.

직장인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성취감 부족’에 이어 ‘기업의 도덕성 부족’이었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이 윤리적으로 떳떳하지 않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업무 능력이 저하됐다. 25~34세, 45~54세는 자기계발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못할 때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고객과의 갈등도 업무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35~44세, 55세 이상은 고객 응대에 문제가 있을 때 몰입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특히 55세 이상은 회사가 고객만족을 지향하는 제도를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업무 몰입도가 떨어졌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