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대통령 지지율의 필연적 하락 법칙

노다·올랑드 지지율 충격적 하락…B급 저질 정치의 예고된 결말
정치는 연예화, 대중은 輕薄하고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또 총선이라고 한다. 혼돈의 일본 말이다. 내각 책임제에 대한 미련을 싹 가시게 만드는…. 지지율 20%를 밑돌면 어느 나라건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작년 9월 노다 내각 출범 당시만 해도 지지한다 65%, 지지하지 않는다 19%였다. 이것이 10개월 만에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노다 총리만의 문제라면 억울할 것이다. 일본 유권자의 ‘10개월짜리 인내심’이 문제의 본질이다. 한국에서는 5년도 길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4년 중임제를 말하지만 첫 4년은 재선을 위한 포퓰리즘, 두 번째 임기는 시작하자마자 레임덕이 될 판이다. 대중은 원래 그런 조급한 존재다.

차기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벌써 여섯 번째 파트너다. 1년에 1명이라는 공식이다. 이틀이 멀다하고 황제를 갈아치웠던 로마의 마지막 풍경을 거론하는 일본 사람들도 많다. 아베 신조는 망언 제조기다. 지금은 “무제한으로 돈을 풀지 않으면 일본은행 총재부터 갈아치우겠다”며 목젖을 떨고 있다. 막장 발언이다. ‘일본조차 저질’이라고 말한다면 섭섭해할 일본인이 많다. 오히려 ‘일본이야말로’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시청 앞에서 과격 시위라도 벌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그 일’을 투표소에서 조용하게 해결한다는 점이 차이다. 선거가 잦으니 광장의 시위는 필요 없기도 할 테다. GDP의 200%가 넘는 국가부채는 바로 그 결과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지지율은 지금 30%대다. 취임 6개월 만에 퇴임기 지지율이다. 좌익 공약만으로는 0% 성장률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래서 기업을 춤추도록 할 작정이지만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부터가 소위 이민 투쟁 중이다. 그렇게 대중과 정치는 엇나가고 있다. 사실 전임자의 비인기 덕분에 대통령 된 사람이 올랑드다. 정치가의 체통과 위신, 품위와 비전, 지식과 경륜은 이미 전임자 시절에 사라져 버렸다. 대중 정치는 그렇게 정치를 연예산업으로, 정치가를 인기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넘어가면 민주주의는 거의 대중 전염병의 다른 이름이다. 경제위기에 직면하고도 길거리 시위로 장미꽃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다. 대중 지력이 문제의 본질이다.

대중 정치판에서 1급 인간들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비전과 경륜, 지식으로 무장한 티어(Tier) 1에 속한 인간들이 비열한 대중정치 과정을 견뎌내기란 정말 어렵다. 거짓말과 흰소리를 쏟아내야 출마 자격증이라도 따게 된다. 이들은 다리를 부수자고 해도 오케이, 다리를 놓자고 해도 당근입죠를 남발한다. 그렇게 정치인과 약장사의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고 저질의 평등화가 이뤄진다. 택시를 살리자니 버스가 죽고, 세종시를 살리자니 다른 지자체가 운다는 최근의 일도 이런 정치역학의 결과다. 정치는 그렇게 필연적 저질화 과정을 걷게 된다. 위대한 지도자의 시대는 그렇게 종을 쳤다.

80% 지지율에서 20%로 전락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당연히 우선 지지자가 많아야 당선된다. 다수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슬로건이 추상적일수록 좋다. ‘차카게 살자’ 같은 구호는 더욱 그럴싸하다. ‘정치를 개혁하자!’는 구호도 마찬가지다. 이런 슬로건이라면 주로 바보들로 구성되는 지지율 80%다. 그러나 어떤 것이 착한 삶이고 정치개혁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로 들어가면 갈등이 시작된다. 지금 안철수가 꼭 그런 식이다. 그러나 사실 누구라도 다를 것이 없다. 집권에 성공해 정책시행 단계에 들어서면 그때마다 소규모씩 반대파들이 떨어져 나간다. 정권 말기에 이르면 기어이 자연 지지율인 20%대로 내려선다. 동남권 신공항이 없던 일로 되면서 부산 민심이 야권으로 돌아선다는 공식이다. 이런 방정식이라면 충청도민이 세종시를 하나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충청도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지지율이 떨어진다. 법칙(Law of inevitable decline)은 그렇게 작동한다.퇴임기에 지지율이 높았던 미국 대통령을 꼽으라면 아이젠하워 48%, 클린턴 36%, 레이건 35% 등이다. 한국서는 김영삼 14%, 노무현 20%, 김대중 31%였다. 역시 기대가 낮아야 실망도 적다. YS는 87%라는 전국민적 인기로부터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그러니 후보들이여, 부디 추락을 조심할 진저.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