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주택·건설시장] 하우스 푸어, 내년이 더 걱정…"서울·수도권 집값 하락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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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은 추가 상승 '전세 난민' 늘 듯내년에도 수억원대의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하우스 푸어’와 전·월셋값 상승에 시달리는 ‘렌트(전세·월세) 푸어’의 고통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 "보금자리 중단·감세 연장 시급"
건설·부동산전문 연구소, 건설업종담당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강남부자들도 일제히 ‘집값 약세·전셋값 강세’를 예상했다. ○“집값 약세” 한목소리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신한은행과 공동으로 강남3구 고소득층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내년에도 집값이 보합(64%) 또는 추가하락(16%)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는 20%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의 89%는 ‘국내 경기 침체’를 최근의 집값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건설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더 비관적이다. KDB대우 증권은 내년뿐만 아니라 향후 몇 년간 서울·수도권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하락을 반복하는 순환사이클에서 완전히 이탈해 구조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구조적 하락의 원인으로 △주택의 주요 수요층인 30~54세 인구 감소 △소득 양극화에 따른 주택구매 수요 감소 △100%를 웃도는 주택 보급률 △베이비부머 은퇴 시작 △11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등을 꼽았다.
동양증권도 내년에 집값이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닥을 찍더라도 집값이 급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상협 동양증권 연구원은 “집값은 사용가치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전셋값이 집값과 동일해야 한다”며 “이런 논리로 보면 전·월세 가격이 앞으로 더 올라야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수도권 집값은 ‘약보합세’, 지방 집값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수요를 초과하는 신규 공급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처리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셋값 강세 전망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 신한은행 설문조사에서 54%가 상승을, 42%가 보합을 예상했다. 내릴 것이란 응답은 2%에 불과했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전국적으로 4% 정도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지방에선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반면 수도권에선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에선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도권에선 입주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눌러앉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수도권 전셋값은 올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전셋값 상승’ 추세가 가계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만큼 새 정부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분양형 보금자리주택’ 공급 중단, 취득·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감면 조치 연장, 가계부채와 부실PF 해소를 위한 마스터플랜 제시 등을 통해 집값을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