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 접어든 전선시장…당분간 연 4~5% 안정적 성장

Cover Story - LS전선

전선업 업황과 전망

해상풍력·셰일가스 투자 늘어…해저케이블 수요 증가할 듯
통신사업자 설비증설도 호재…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부담

전력, 건설, 통신산업 등을 전방산업으로 두고 있는 전선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동행해 움직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글로벌 전선 시장은 1990년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투자 및 전 세계적인 인터넷망 확대 등에 힘입어 큰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업계 내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됐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업체들이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대형 전선업체들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국내에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 경제개발계획과 더불어 시장이 급속히 성장했지만 전력 및 통신망 구축이 일단락된 이후 저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다른 회사와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많은 회사가 경영난에 시달려 사라지거나 더 큰 업체들에 흡수되고 있다.

이처럼 전선 수요는 국가와 지역의 인프라 구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안정적인 이익 증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흔히 경제성장률이 높은 개발도상국들의 전선 수요가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지역별 매출액을 비교하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고른 수요가 창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품 다변화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들 수 있다. 전선은 절연재료, 품종, 규격 등에 따라 10만여종의 제품이 존재하는데 일반 전선의 경우 기술 장벽이 낮고 초기 투자 비용도 낮다. 신규 업체 진입이 쉬워 중소 전선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고 마진 압박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저케이블과 같은 고부가가치 특수제품은 소수의 경쟁회사만이 제품 생산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률을 누릴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전선회사들은 실적의 방향성 없이 다소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완연한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가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전선 제품의 경기 민감도가 높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전선의 종류가 많은 만큼 전방산업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전력 인프라와 같은 공공부문의 수요는 경기 민감도가 낮은 편이다. 반면 민간 부문의 수요는 건설 및 설비투자 등에 좌우되기 때문에 경기 민감도가 높다.

이로 인해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에서는 주로 송·배전 및 통신망 투자 같은 인프라 투자 수요에 매출이 국한되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모든 전방산업에서 전선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 증가뿐 아니라 마진 개선까지 함께 이뤄져 급격한 실적 개선이 가능해진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향후 1~2년간 전선 수요를 견인하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은 인프라 설비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 이용량 증가와 급증하는 전력 수요 및 자원 개발로 전력선 및 통신선 수요는 연 4~5% 안팎의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유럽에서는 해상풍력단지 조성과 국가 간 송전망 연계 사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 해저케이블이 전선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최근 셰일가스와 같은 자원 개발 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은 점차 심해로 이동하고 있어 해양용 케이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기기의 확산과 함께 동영상 등 대용량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통신 사업자들의 설비 증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직까지는 여러 위험 요소가 산적해 있어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 조짐과 점진적인 실업률 감소 추세 및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의 소비력은 점진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비 증가는 단순히 미국 제조업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미국에 수출하는 많은 아시아 국가 제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전선 수요 회복과 함께 마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호황기가 향후 2~3년 내에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선 업황은 지금 바닥을 지나 회복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범수진 <삼성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