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호 LS전선 사장 "올 매출 사상 첫 10조원…이젠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간다"

Cover Story - LS전선

지난 50년 도전의 연속
매출 5300배·자산 3200배 늘려…초고압케이블 등 미래 동력 든든

앞으로 50년'혁신'드라이브
전선회사가 線을 없앤다?…무선 전력 전송시스템 선보여
“LS전선의 가장 큰 고민이 뭐냐”는 질문에 손종호 사장(60·사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올 50년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10년 전만 해도 세계 10위였던 회사가 올해 3위로 부상했지만,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의미에서다.

LS전선은 손 사장의 말처럼 미래 50년의 먹거리를 찾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자회사인 슈페리어 에식스(SPSX)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새 공장을 완공, 글로벌 생산·판매 체제를 갖췄다. 초전도케이블, 해저케이블 등 미래 성장을 이끌 차세대 제품 개발도 끝냈다.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LS타워 16층 손 사장의 집무실엔 LS전선이 만드는 케이블 제품의 샘플이 모두 전시돼 있다. 1976년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LS전선의 전신인 금성전선에 입사한 이후 36년간 봐온 전선이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한데, 그의 ‘전선 사랑’은 아직도 뜨거워 보였다.

▷LS전선이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올해는 창립 50주년일 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던 사업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기 시작한 해입니다. 미국과 인도에 공장을 준공해 권역별 생산·판매체계를 확립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초고압 케이블 생산설비가 곧 완공됩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LS전선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는 창립 50주년이자 ‘글로벌 메이저 기업 원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임직원들 중 가장 오래 근무한 편에 속하던데요.

“1976년 입사했을 때 회사 이름이 금성전선이었습니다. 그해 매출이 337억원이었죠. LS전선의 역사는 우리 산업의 발달과 궤를 함께해 왔습니다. 1960년대 국가의 대동맥인 전선사업을 시작해 지속적 연구·개발(R&D)과 해외 공략을 통해 글로벌 3위 전선기업이 됐습니다.”

▷50년간 빠른 성장가도를 달려왔습니다.“매출이 1967년부터 지난해까지 5300배, 자산은 3224배 증가했습니다. 무엇보다 감개무량한 건 해외 유수의 업체가 100년이 넘게 걸려 이룩한 성과를 우리는 50년 만에 이룩했다는 겁니다. 전·현직 임직원들이 피땀을 흘려 이룩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영업을 직접 챙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어릴 때 꿈은 외교관이었습니다. 요즘 한 달에도 수 차례 유럽과 북미, 아시아를 오가다보니 ‘내가 외교관이 됐다고 해도 이렇게 자주 외국을 다녔을까’하는 생각이 듭디다. 외교관보다 오히려 지금의 제가 더 해외에서 꿈과 기회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전력 기술을 해외에 알리며 산업분야에서 ‘민간 외교관’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끼죠.”▷LS전선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거 단품에서 솔루션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의 단품 위주 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2008년 대표를 맡으면서 사업구조 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주력 사업 분야로 송·배전, 풍력, 철도, 선박, 차량 5개를 선정하고 육성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멘스, 알스톰, ABB 등 세계 주요 업체들의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은 이렇게 솔루션 사업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패키지 사업과 시스템 통합(SI) 분야로 솔루션 비즈니스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제품으로 개발한 초전도 케이블 등의 사업 전망이 궁금합니다.

“LS전선이 자랑하는 제품이 초전도 케이블과 해저 케이블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연구해 스미토모(일본)와 사우스와이어(미국), 넥상스(프랑스), NKT(독일)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이천변전소에 적용했습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실제 전력망에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적용한 것입니다.

▷해저 케이블은 어떻습니까.

“해저케이블도 지난 3월 한전의 진도~제주 간 105㎞ 구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연달아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초전도 케이블과 해저 케이블 제품은 아직 상용화나 시공운영 노하우를 가진 회사가 적은 첨단 제품입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전선산업을 자국화하고 싶어하는데, 이 제품은 최첨단이어서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LS전선의 대표 상품이 될 겁니다.”

▷LS전선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습니까.

“전선업을 단순히 제조업, 중후장대산업, 굴뚝산업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선은 생활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해 주는 필수불가결한 제품입니다. 산업을 움직이고 현대인의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혈관입니다. 초고압, 고압 케이블 등을 대동맥에 비유한다면 산업용 특수 케이블 등은 미세혈관에 해당합니다. 최근 전력대란에서 볼 수 있듯 전력은 현대생활에 필수 불가결하며,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이 확대되고 있는데, 전선산업에는 부정적인 것 아닙니까.

“세계적 화두인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전선은 꼭 필요합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관련 그린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전선 수요도 많아집니다. 앞으로도 전선산업은 성장동력의 역할을 계속할 겁니다.”

▷향후 전선회사의 화두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회사는 ‘도전’으로 지난 50년을 일궈왔다면, 앞으로의 50년은 ‘혁신’으로 일궈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혁신은 단순히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게 아니라 아예 틀을 부수는 것입니다. 전선회사가 선(線)을 없애겠다고 하며 올초에 선보인 무선 전력 전송 시스템도 같은 맥락입니다. LS전선은 새롭게 도전할 겁니다. 혁신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또 다른 50년의 역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