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쟁력 해치는 바보놀음 vs 기업의 탐욕 제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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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각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여야의 세 유력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 규제’로 요약할 수 있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이 눈길을 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쓴 《다시 경제를 생각한다》와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펴낸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이 180도 다르다.
다시 경제를 생각한다 ㅣ 김정호 지음│21세기북스│ 276쪽 │ 1만5000원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 ㅣ 김종인 지음│동화출판사│268쪽 │ 1만4000원
김 교수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쟁을 두고 “바보놀음을 보는 느낌”이라고 쏘아붙인다. 그는 재벌 개혁론자들이 비판하는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가공자본이라는 게 사실은 기업의 정상적인 행위라고 강조한다. 한국적인 특수 상황도 아니며, 북유럽 등 많은 선진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기업활동이라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론자들은 1%의 지분율로 99%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벌 총수는 평균 4.17%의 지분율로 100%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사실이다. 지분율과 의결권 사이의 이런 차이를 ‘의결권 괴리’라고 한다. 순환출자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의결권 괴리가 한국 재벌만의 병리현상인 것처럼 매도한다. 그러나 이 의결권 괴리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한 기업들도 많다. 구글, 페이스북, 벅셔 해서웨이 등 누구나 아는 기업들이 의결권 괴리를 제도화해두고 있다. 오바마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갖고 있는 벅셔 해서웨이의 주식은 일반투자자가 갖고 있는 주식의 200배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은 한국 기업의 순환출자는 경영권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중국과 일본의 틈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살려면 지금보다 훨씬 크고 강한 경제가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한 맏아들(대기업)’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옹호하며, 재벌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경제 세력 간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자는 것이며, 어느 한쪽이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을 막거나 바꿔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기업의 탐욕은 끝이 없는 것”이라며 “이런 탐욕을 제어하는 역할은 결국 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재벌의 탐욕을 억제하지 못하면 국민이 직접 나서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며 “‘절제된 시장경제’가 정답”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출자총액 제한이나 순환출자 금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통제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사회 운영 관련 제도를 정비해 재벌 그룹 계열의 상장회사 이사회가 투명한 감시체제를 갖추도록 해 ‘황제경영’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임의로 정리해고를 할 수 없는 현행 노동법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나이 먹은 사람들을 걸러내고 젊은이로 ‘시프트’해야 한다. 자식 세대를 위해 아버지 세대가 양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