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부관리부터 수면자세까지…특별했던 서태후의 그녀들

서태후와 궁녀들
룽얼 구술·진이 외 지음|주수련 옮김|글항아리|640쪽 │ 2만4000원

“궁녀들은 잠을 잘 때 바로 누워 하늘을 보고 잘 수 없었어요. 몸을 옆으로 돌리고 다리를 구부린 채 자야 했지요. 신이 보는데 사지를 발리고 팔자 모양으로 누워 자다가 신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죄값을 치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서태후와 궁녀들》은 19세기 후반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서태후가 권력을 어떻게 누렸는지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자금성 저수궁(儲秀宮)에서 8년간 서태후의 시중을 들었던 노궁녀 룽얼이 궁중의 비밀을 토해냈다. 룽얼은 궁녀들이 입궁해서 배치를 받고, 먹고 자고 입는 모든 습관을 교육받는 법, 잘못했을 때의 체벌과 태감과의 관계, 서태후의 일과와 식습관, 방의 모양과 청소법, 외모를 가꾸는 법까지 상세하게 풀어놓는다. 궁녀들의 중요한 직무 중 하나는 자신의 피부를 가꾸는 일이었다. 뭐든 남보다 뛰어나야 했던 서태후는 궁녀들을 자신의 장식품이라 생각했다. 다른 왕족의 궁녀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항상 피부를 달걀 흰자위처럼 부드럽고 매끄럽게 가꾸어야 했다.

같은 음식을 세 번 이상 뜨지 않았던 서태후에게 매번 식사 때마다 120가지가 넘는 요리를 진상해야 했던 이유는 이렇다. 누구도 서태후가 무슨 음식을 잘 먹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 테러를 예방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무에 은을 입힌 두 개의 목욕통은 하나는 상체를, 하나는 하체를 씻는 용도로 구분돼 있었고, 서태후가 쓰던 관방(요강)은 국보급 도마뱀붙이가 새겨진 단향목으로 어떤 예술품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노궁녀 룽얼의 이야기는 나라가 열강에 쪼개질 지경에 이른 상황에도 권좌에 취한 권력자의 실제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제국주의자들에게 굴복하고 자주 연회를 열어 각국 공사관 부인들을 초청해 웃는 낯으로 열강의 비위를 맞추려 했던 모습 등 권력자가 무너진 이후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안으로 피난을 하던 날 진기한 보물을 다 놓아두고 은 몇 개만 싸가지고 궁을 빠져나와 일반 백성인 척했던 기억, 들판에서 화장지 없이 야생 마잎으로 용변을 해결했던 기억은 화려했던 지난날과 대비를 이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