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식 현장을 찾아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나노생산기술연구소, 계측 고부가 신천지 개척

나노 장비 국산화…차세대 나노융합기술 이용해 전자현미경 개발

세계 각국이 나노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초고가의 외산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나노가공용 장비가 조만간 국산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화 프로젝트의 이름은 ‘이온빔 이용 나노가공용 장비개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나노생산기술연구소(소장 장동영)가 총괄책임을 맡고 AP시스템(대표 정기로), 에스엔유프리시젼(대표 박희재), 아텍시스템(대표 조영상) 등의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사업이다.이 사업을 통해 최근 전하를 띤 전자나 이온(하전입자) 빔을 이용해 나노급의 측정 및 가공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를 비롯해 나노융합 부품·소재, 마이크로 가공기술 등 초정밀 부품 생산에서도 고부가가치 신천지를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나노융합 10년 지원의 성과

지식경제부(나노융합팀)는 나노융합산업 발전을 위해 10년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해 지원해오고 있다. 최근 그 성과로 고분해능 전자현미경, 집속이온빔 및 이 두 가지 시스템을 접목시킨 이온빔을 이용한 나노가공용 장비까지 개발한 것.정부가 지원하고 산학 컨소시엄으로 개발한 나노가공·측정용 기술은 미세한 나노구조를 형상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 9년간 산학 컨소시엄이 이 분야에서 거둔 성과는 나노가공 영역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가 주목할 신기술도 풍성하게 도출됐다.

나노가공용 장비는 첨단연구 분야에서 활용된다. 일반 공정용(산업용)으로 활용되는 장비보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품목으로 첨단기술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특성별 분업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높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신기술은 초고가의 최첨단 나노기술 가공용 장비인 ‘FIB(Dual Beam FIB·집속이온빔)’와 ‘FE-SEM(고분해능 전자현미경)’ 장치에 녹아 있다. 연구진은 그동안 1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급 초미세 시편 제작이 가능한 집속이온빔과 1나노미터급 고분해능을 가진 전자현미경 원천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산학연 협력 통해 연구2006년부터 이 사업에 참여한 AP시스템은 전자방출 방식과 진공도를 크게 개선시키고 고배율의 우수한 해상도를 확보할 수 있는 고분해능 전자현미경을 개발해 전자빔 제어 및 측정 기술을 확보했다. 전자빔 제어기술은 앞으로 휘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용 기판 표면처리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텍시스템은 나노가공 장비의 핵심 기술인 이온빔 소스, 이온빔 컬럼 등을 광운대와 함께 공동 개발한 것을 비롯해 집속이온빔 장비기술을 국산화해 현재 고객을 대상으로 장비 홍보 및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에스엔유프리시젼은 집속이온빔과 고분해능 전자현미경의 특장점을 접목시킨 ‘듀얼 빔(Dual Beam)’ 장비를 개발해 나노융합활용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신제품 개발에도 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분해능 전자현미경은 전자 빔과 전자렌즈를 이용해 나노 단위의 확대상을 만드는 주사 현미경을 말한다. 재료분석, 생명과학, 반도체 기술, 품질 보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료의 미세조직, 형상, 단면을 관찰하는 데 사용한다. 집속이온빔은 나노소자와 나노구조체를 가공하거나 나노기술로 제작된 제품의 불량 판독, 수정 등을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비다. 초미세 나노회로의 측정, 분석, 오류 정정 등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주로 연구 및 산업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불량이 나타난 부위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어 제품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아울러 나노구조 분석을 위한 양질의 초미세 시편까지 제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나노가공장비 수입대체 효과

연구소는 하전입자 분야에 대한 연구와 장비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연관 신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술이전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하전입자 계측시스템의 저변 확대’라는 연구진의 꿈이 담겨 있다.

장동영 나노생산기술연구소 소장은 “나노가공용 장비는 기초 기술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나노융합 부품·소재 등 융합 분야에서도 극한 기술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온빔을 이용한 나노 가공장비 산업은 응용분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성능과 부가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핵심 기술이다. 우선 나노 스케일의 공정제어를 실현해 전방 산업과의 연계성을 넓혀가고 있는 게 주목된다. 전자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바이오 의약품, 나노소재,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나노가공 장비 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데다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국산화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현재 대학 및 연구소의 전자현미경과 집속이온빔 장치 보급률은 12%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팀의 나노가공 상용화 기술 개발은 선진국에 비해 열세를 보이던 해당 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수입대체 효과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장기적으로 전자현미경과 집속이온빔 장치 모두 타계측기기보다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전망도 밝다. 나노기술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3년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커졌다. 장 소장은 “최종 연구개발 목표는 가공 및 측정이 복합화된 이온빔을 이용한 나노가공용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7나노미터 이하의 나노가공시스템 설계 및 이온집속기구 개발, 전자빔 기반 복합 나노형상 측정기술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