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도 못피한 불황…교회·사찰 줄줄이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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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272개…종교계 자금난에 낙찰률도 하락경기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법원경매에 나오는 종교시설도 증가세다.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은 올해(1월1일~11월21일)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온 교회 사찰 기타 종교시설 등은 272건으로 작년(251개)에 비해 10%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연말까지 추가로 경매될 물건을 고려하면 올해 경매에 부쳐지는 종교시설은 3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이 회사는 예상했다. 경매에 부쳐지는 종교시설은 2008년 181개, 2009년 227개, 2010년 299개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에 조금 줄어들었다가 올 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태인의 박종보 연구원은 “특히 2000년대 중·후반 부동산 호황기에 대출을 받아 건물을 신축·증축한 뒤 이자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종교계도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교시설은 토지와 건물 면적이 넓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가 어려워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매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경매전문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종교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은 헐지 않는 한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가 마땅치 않다”며 “여러 차례 유찰돼 싸졌더라도 활용 방안이나 용도변경 계획이 불확실하면 섣불리 입찰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 종교시설의 낙찰률(낙찰된 물건 수를 전체 물건 수로 나눈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까지 19~20% 선이었던 낙찰률은 작년 15.54%로 낮아진데 이어 올해는 15.07%에 머물고 있다. EH경매연구소의 강은현 대표는 “과거엔 경매로 나온 종교시설을 해당 종파에서 다시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종교계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매입을 포기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