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세론' 깬 정치실험…단일화 벽 못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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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후보 출마부터 사퇴까지국민들이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를 정치인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무상급식 논란으로 촉발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부터다. 의사 출신의 성공한 벤처사업가이자 촉망받는 학자로 알려진 안 후보는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다수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하며 단숨에 주요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지지율이 단숨에 50%까지 치솟았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의 생각' 이 예고편
대선 석달 앞두고 출사표
양자 대결서 朴 줄곧 앞서
그러나 안 후보는 지난해 9월6일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후보와의 담판에서 출마를 포기했다. “지지율 50% 후보가 5% 후보에게 양보했다”는 신선함과 함께 안 후보에 대한 정치적 기대는 한층 커졌다. 박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고 안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안철수 신드롬’으로 확산됐다. 안 후보에 대한 민심의 기대가 서울시장서 대통령으로 옮겨간 시점도 이 즈음이다.
한 달여의 민생 행보를 마친 뒤 대선을 정확히 3개월 앞둔 9월19일 서울 충청로 구세군아트홀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선출된 지 3일 뒤였다. 추석 바로 직전이었다. 추석 여론몰이를 통해 지지세력 상승세를 이어가려 했다는 관측이다. 안 후보는 “국민들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선거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안 후보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중도·진보층을 흡수하며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줄곧 우위를 보였다. 이로 인해 2년여간 유지돼온 ‘박근혜 대세론’도 단숨에 무너졌다. 그렇지만 지난 14일 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으로 지지율에서 위기를 맞았다. 이후 문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한에 쫓기자 마지막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모색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마지막 승부수로 가상대결+지지도 조사를 문 후보 측에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후보와 단일화 방식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안 후보는 이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다시 전격적인 후보 사퇴 승부수를 띄웠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