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 효과?…중국인 투자자, 한국 주택 '입질'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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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찾는 유망 부동산은…대만인 리모씨(43)는 지난달 말 김포 한강신도시의 S사 아파트(전용면적 84㎡)를 계약했다.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 8월부터 한강신도시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제주에서 서울을 오가는 일이 많아 김포공항과 가까운 한강신도시를 선택했다. 그는 모델하우스마다 들러 가격, 내부구조 등을 살폈다. 한 모델하우스에 적게는 3번, 많게는 6번까지 들른 끝에 S사 아파트를 낙점했다. 그의 권유로 지인 5명도 최근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래미안 한강신도시의 송명철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올해 3월 분양을 시작하고 미분양이 좀 있었다”며 “10월부터 중국, 대만, 홍콩 등지의 외국인들이 아파트 40여채가량을 매수했다”고 말했다.
탕웨이, 7월 분당 땅 구매…中·홍콩 등 중화권 큰손 송도·김포 등 계약 늘어
소형 오피스텔도 관심…업계, 중국 전용창구 개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뉴욕과 LA에서 해외 판매를 시도해 큰 효과를 거뒀다. 지난 3월부터 해외마케팅을 진행한 이곳은 현재 아파트 60여채를 해외 교포와 외국인들에게 판매했다.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후에는 1주일 만에 미국에서 16채가 팔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선진국에 거주하는 교포들은 GCF 유치의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송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한국에 집을 마련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투자지역도 서울을 비롯해 인천 송도, 경기 김포 등으로 넓게 퍼지고 있다.
○외국인 관심지역 확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고급맨션, 초호화아파트 등에 한정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도권의 중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9·10 대책 이후에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할인분양이나 각종 혜택까지 내세우고 있는 점도 외국인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중화권 투자자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꼼꼼하다는 점이다. 경기 분당신도시에 단독주택 용지를 매입한 여배우 탕웨이(湯唯)는 4개월여간의 한국 방문과 비교 끝에 지난 7월 경기도 구미동 일대에 있는 485.9㎡의 땅을 13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화권 고객들은 현장을 몇 번이고 방문하고 비슷한 입지의 다른 부동산들과 비교하면서 꼼꼼하게 구매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번 사면 지인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송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소 입장에서 보면 너무 비교하고 따져 귀찮기도 하지만 일단 계약을 하면 주변 지인들까지 소개해 주는 경향이 있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형 오피스텔에도 관심 높아서울 시내 소형 오피스텔에도 외국인의 발길이 닿고 있다. ‘동대문 와이즈캐슬’ 오피스텔은 중국인의 자발적인 방문과 상담 요청이 많아 모델하우스에 아예 중국인 전용 창구를 개설하고 중국어로 인쇄된 분양 안내 책자까지 마련했다.
임용묵 AM플러스자산개발 마케팅팀장은 “한류관광을 비롯해 의류 원단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방문시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오피스텔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체 계약비율의 8%가 외국인이고, 중국인 계약비율은 5% 정도”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만 외국인 투자가 분양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사는 아파트라고 하면 국내 투자자들과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활용하기 위해 분양업체들이 외국인 투자가 실제보다 많이 이뤄진 것처럼 과장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주도에서 분양 중인 주택에선 외국인 투자가 과장포장된 사례가 많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