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신 경매 선택했다가 낭패 본 사연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고민하던 김모 씨는 얼마 전 지인들의 권유와 경매 투자의 성공 사례 등을 접하고 과감히 경매에 참여해 아파트를 낙찰 받았지만 얼마 후 기쁨은 고사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김 씨가 낙찰 받은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아파트의 감정가는 2억6000만 원이다. 2회 유찰로 최저가 1억6640만 원에 진행됐으며 지하철역이 근접하고 주변 환경이 우수해 거주지로서는 손색이 없었다. 경매 물건의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설정일은 2010년 5월 12일이며 점유자는 임차인으로서 2006년 4월 10일 전입했고 보증금 1억8000만 원이 신고돼 있는 상황이었다. 소위 ‘선순위 임차인’이지만 전입과 같은 날에 확정일자를 받았고 배당요구 종기 안에 배당요구를 한 상태여서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에 김 씨는 2회 유찰된 상태이지만 시세 대비 최저가가 현저히 낮고 임차인이 보증금 전부를 배당 받는 상황으로, 명도의 어려움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2억2000만 원에 응찰해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됐다.

하지만 같은 사건에 입찰한 다른 경쟁자들의 응찰 가격이 약 1억7000만 원 정도에 머물렀고 예상보다 경쟁률이 높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석연하지 않은 마음으로 임차인을 찾아간 김 씨는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 5000만 원을 인수해야 한다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듣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임차인은 2006년 4월 10일 소유자와 1억3000만 원에 최초 임대차 계약을 했고 그 후 2008년 4월 10일 보증금 5000만 원을 증액한 것이다. 그러나 임차인은 증액한 계약서에 대해서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요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증액 보증금 5000만 원은 배당될 수 없다. 물론 임차인이 근저당 설정일인 2010년 5월 12일 이후에 임차 보증금을 증액한 것이라면 증액된 부분에 대해서는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건 임차인은 최초 근저당 설정 이전에 임대인과 보증금을 증액하는 계약을 했기 때문에 배당 받지 못하는 보증금에 대해서는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내용은 법원 매각물건명세서에 ‘2008년 4월 10일 임차 보증금 5000만 원을 증액해 합계금 1억8000만 원임’, ‘확정일자 2006년 4월 10일(임차 보증금 중 금1억3000만 원에 대하여)’ 등으로 주의 사항을 명시하게 되는데, 김 씨는 이러한 사항을 간과한 것이다.

즉, 임차인은 증액 전의 1억3000만 원에 대해서만 법원으로부터 배당 받을 수 있고 증액 이후의 임차 보증금 5000만 원에 대해서는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으로, 김 씨는 나머지 5000만 원을 임차인에게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결국 김 씨는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매수하게 된다.

김재범 < 지지옥션 상담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