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쓰던 '총통'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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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대첩서 사용 추정 3점…진도 울돌목 인근 해저서
원균의 거제 칠천량해전 패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이 두달 만인 1597년 음력 9월 명량대첩(鳴梁大捷)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이 발굴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11월 전남 진도 명량해협(울돌목)의 오류리해역에 대한 수중발굴조사 결과 임진왜란 때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소승자총통 3점과 돌 포탄, 최상급 고려청자 등을 발굴했다고 28일 발표했다.승자총통은 총구에서 화약과 실탄을 장전하고 손으로 약선에 불씨를 점화해 발사하는 유통식(有筒式) 개인 화기로, 선조 초기에 개발됐다. 승자총통류 중에서 소소승자총통 유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통 3점은 길이 58㎝, 지름 3㎝로 모양과 크기가 거의 같다. 성낙준 소장은 총통에 새겨진 명문을 확인한 결과 “만력무자(萬曆戊子), 즉 1588년 전라좌수영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름 8.6㎝, 무게 715g인 돌 포탄, 석환(石丸)도 함께 발굴됐다.
성 소장은 “이들 총통은 임란 직전 전라좌수영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발굴 장소가 명량대첩이 일어난 울돌목 현장과 인접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순신 및 명량대첩과 관련한 유물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양질의 순청자(純靑磁)와 상감청자(象嵌靑磁) 등도 기종별로 다양하게 발굴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청자는 기린형향로뚜껑이다. 국보 65호로 지정된 청자기린형뚜껑향로(靑磁麒麟有蓋香爐)에 못지않은 최고급품으로 평가된다. 오리형 향로뚜껑도 나왔다. 맑은 비색(翡色)을 띤 이들 청자는 12세기 후반~13세기 전반 왕실이나 귀족층을 위해 강진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수중발굴조사 해역을 중요문화재(사적)로 가지정해 보호하고, 수온이 상승하는 내년 5월부터 2차 수중발굴 조사를 할 예정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