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3년 만에 재탄생한 '벤츠 더뉴G350 블루텍'…슈왈제네거ㆍ강호동ㆍ정우성의 선택

“찡그리며 시작해 웃으며 내려왔다.”

지난달 28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삼양목장 일대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G350 블루텍’을 시승한 후 느낌이다. 운전에 미숙한 기자에게도 험로 주행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마력의 오프로더였다.벤츠는 지난달 33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인테리어를 개선하고 편의 사양을 추가한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내놨다.

1시간 가량 삼양목장 입구에서 해발 1430m의 소황병산 정상까지 이르는 시승 행사 당일 눈발이 강하게 흩날려 시야를 확보하기 힘들었다. 전설의 오프로더로 불리는 G클래스의 성능을 시험하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시승 코스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 눈보라와 강풍을 뚫고 전진하면서 두려움이 커졌다. 눈이 소복히 쌓인 미끄러운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동안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온몸은 굳어졌다. 수심 30~40cm의 도랑을 만났을 땐 이대로 풍덩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하며 조심스레 도강해봤다. 살짝 가속페달을 밟자 우렁찬 소리를 내며 물을 건너 진흙 구덩이를 재빠르게 벗어났다.

독일에서 온 본사 오프로드팀에 따르면 G350 블루텍의 최대 도강 깊이는 60cm. A필러 옆에 공기 구멍을 만들어 엔진 등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G350 블루텍은 연이은 험난한 코스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운전자가 제어하는 대로 꿋꿋하게 굴러가 차량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해발 1000m를 지나 소황병산 정상에 다다를 때 쯤 몸을 차에 맡긴 채 신나게 달리고 있는 기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면에선 '더 빨리!'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험로 주행 특성 상 줄곧 시속 20~30km로 시승을 진행한 게 못내 아쉬웠나 보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네바퀴 중 하나만 땅에 닿아 있어도 접지력을 유지해 차량을 전진시킬 수 있는 디퍼런셜 락(Differential locks)과 저단 기어(low-range ration) 기능 덕분이다.

디퍼런셜 락은 3단계(센트럴락·후륜락·전륜락)로 구성됐다. 저단 기어 버튼을 누르면 엔진의 강력한 힘이 바퀴로 전달돼 최대 80%의 경사로를 오를 수 있다. 내리막길에선 바퀴 잠김 없이 천천히 내려올 수 있다.최대토크(55.1kg·m)가 엔진회전수 1600~2400rpm의 저구간에서 발휘되는 점도 인상적이다. 낮은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울툴불퉁한 노면에서 안정감 있게 치고 나가는 힘이 대단했다.

헤드램프 하단에 위치한 발광다이오드(LED) 주간 주행등과 사이드미러도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칼로 자른듯한 반듯한 직사각형 모습에 느꼈던 위압감은 사라지고 G클래스의 클래식한 매력이 깊게 와닿았다.

G350 블루텍은 '억'소리 나는 가격(1억4800만 원)과 연비(복합연비 기준 7.4㎞/ℓ)가 아쉽다. 하지만 모험과 운전의 재미를 즐기는 이들에게 충분히 극복할 만한 조건이다. 올해 국내에 들여온 50대는 사전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벤츠 측은 내년 판매목표로 100대를 잡았다.바티칸 교황을 비롯해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강호동에 이어 정우성까지. 명사들이 선택한 차는 이런걸까. '머리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차'라던 벤츠 관계자의 말이 깊에 와닿는 하루였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