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증시 급증하는 피로감…돈되는 투자전략은?

금융스트레스지수 활용도 증가
위기때일수록 시겔형 전략 각광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요즘 들어 특정국가의 금융시장이 얼마나 건전하고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알아보는 지표로 금융스트레스지수(FSI·financial stress index)가 각광받고 있다.

금융스트레스지수란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투자자 등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피로도(疲勞度)’로 정의한다. 즉 주가와 같은 금융변수의 기대값이 변하거나 분산이나 준분산,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리스크가 커지는 경우를 금융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과 투자은행들이 금융스트레스지수를 개발해 적극 활용하는 것은 종전의 투자판단지표가 각종 위기에 제한적으로 접근, 금융시스템 전반의 움직임과 위기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지수화해 알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금융스트레스지수는 한 나라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피로도를 하나의 지표로 보여줘 위기 때와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종합적인 투자판단을 가능케 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융스트레스지수 산출 과정을 보면 우선 한 나라 금융시스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금융분야를 네 부문으로 구분해 접근한다. 주식, 채권, 외환의 세 가지 금융시장과 은행부문이 금융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고, 주요 변수들을 추출해 부문별 스트레스지수를 먼저 산출한다.

다음 단계는 부문별 스트레스지수를 가중 평균하는 방법으로 한 나라의 종합적인 금융스트레스지수를 산출한다. 이 지수는 연속적인 시계열 자료로 1987년 블랙 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 2010년 유럽위기 국면에서 유난히 높게 나왔다.캐나다 중앙은행과 동일한 방법을 한국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주요 금융 사건의 발생시기와 그 강도가 금융스트레스지수의 움직임과 매우 비슷했다. 시기별로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스트레스지수가 그 이전에 비해 한 단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환위기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요즘 들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융스트레스지수가 다시 상승 추세로 반전되고 있는 점이다. 여러 요인 가운데 정책당국 또는 정책의 불확실성, 금리차 및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자금의 유입 증가로 국내 금융시장에 교란 요인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원화 강세와 채권가격 상승 등이 전적으로 경기 회복이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정도 차는 있지만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도 비슷하다. 오히려 정책당국과 정책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올해 유입됐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경우 주가가 조정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요즘 국내 증시처럼 피로도가 높아질 때 ‘시겔형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전략은 경기와 증시 상황에 따른 주도주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주식을 저축처럼 장기 투자할 것을 권하는 시대엔 지금 당장보다 노후에 대비하면서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한 명품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 정체돼 주식 투자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진다고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있어서 핵심이 돼야 할 것은 지수연동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주식 투자자나 사모펀드라 하더라도 운용 비용이 낮은 인덱스 펀드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입증된 사실이다.

투자자들이 지수연동 상품을 토대로 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시겔이 강조하는 ‘DIV’ 지침대로 주식을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과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평가(valuation)의 첫 글자를 딴 주식선택 전략을 말한다.배당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가 불황이거나 증시가 망가져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이 유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화는 갈수록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 그리고 포스트 브릭스로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며, 가치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성장 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주식이 궁극적으로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워런 버핏 등과 같은 세계적인 주식 부자들이 내년 포트폴리오에서 가치평가를 유난히 강조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증시가 ‘코스피 지수 1900선대’에서 좀처럼 탈피하지 못한다고 해서 성급한 마음에 그때그때 인기주나 테마주를 옮겨 다니다가는 ‘성장의 함정(growth trap)’에 빠져 실제론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