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고용창출 효과 높다"

의사·변호사·웨이터 등 1인당 5명 간접고용 효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생각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숙련된 소수의 고소득 근로자와 다수의 실업자로 이뤄진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걱정스럽다.”

앤디 그로브 인텔 창업자는 2010년 “벤처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로브의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IT(정보기술) 업체들의 빠른 성장이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블룸버그에 따르면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만22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2000명 이상 고용을 창출하는 업종은 그해 4월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컴퓨터 시스템 설계업이 유일했다. 하지만 5개월 후부터 다른 업종의 고용도 늘어나기 시작했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소매업(5.6%), 건설업(3.2%)을 포함해 대부분 업종에서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 기간 새로 생겨난 일자리 중 75%가 비(非)IT 분야였다.

엔리코 모레티 UC버클리 교수는 “IT산업이 비(非)IT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한 명이 의사, 변호사, 웨이터 등 많은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모레티 교수는 “320개 도시에서 1100만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명의 제조업 종사자는 1.6명의 간접 고용 인원을 만들어내는 데 불과했지만 IT업종의 경우 이 숫자가 다섯 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시애틀 보스턴 텍사스 등 IT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도시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