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 "재도전 쉬운 창업 생태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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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창출하는 기술창업
일자리·성장 모두 잡아
“일자리 부족과 성장 활력 약화 등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창업가 10만명을 양성해야 합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역삼동 기술센터에서 ‘기술창업가 10만명 양성,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제57회 한국공학한림원-한국경제 토론마당’에서 이같이 말했다.그는 “대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고용 창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측면에서는 여러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며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술창업은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성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밴처캐피털 방식의 지원 제도 확대,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칭 ‘국가기술창업활성화위원회’ 설립도 제안했다. 그는 “벤처캐피털 시장이 잘 발달한 미국에선 창업과 실패, 재도전이 자연스럽게 선순환을 이루는 반면 국내는 그렇지 못하다”며 “시장 창출과 확장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해 벤처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고 글로벌 시장 개척 등을 도울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술창업가 양성 과제로 인력 문제를 꼽았다.
신영길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한 해 고등학교 졸업자 30만명 가운데 공학 분야로 6만명이 진학하는데 이 인원으로는 우수한 기술창업가를 육성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기술창업가 10만명을 육성하기 위해선 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형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는 “KAIST도 초창기에는 창업이 활발했는데 노벨상 압박이 커진 후로는 창업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 등을 아우르는 인력양성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대학, 대학원, 기업 재교육 등 통일된 정책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실제 현장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영인들은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은 “창업가 10만명을 양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나 애플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한 기업이 시장의 가장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집중 지원해 성공 롤모델을 만들면 기술창업가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사장은 “선배 기업가들이 자연스럽게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고를 나와 대학에서도 공학을 전공한 후 창업했더니 다른 전공을 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대학에서부터 인문학과 공학을 융합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