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교수 "시장이 곧 正義 …'큰 정부' 실패는 역사적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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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대표 이론가 최광 한국외대 교수 퇴임 강연“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제도입니다. 그 소중함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복지부 장관·조세연구원장 지내
저서·논문 287편, 언론기고 552편
"시대 고민한 학자의 삶 후회 없어"
4일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법학관. 자유시장경제의 소중함을 설파해온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65·사진)의 퇴임식 겸 고별강연회가 열렸다. 원로 교수의 혜안과 경험을 듣기 위해 한국외대 재학생과 최 교수의 지도를 받았던 교수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강연 주제는 ‘자유주의자로서의 삶과 좋은 경제정책’이었다. 최 교수는 “20세기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만이 번영을 누린다는 것”이라며 “역사로부터 배우고 시장경제를 이해하라”고 주문했다. 늘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해왔던 최 교수는 “자본주의의 두 기둥은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이며 그 바탕 위에 정치적 리더십이 더해져야 부강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며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 제도만이 부국안민의 바탕임을 역설했다.
1985년 한국외대 강단에 처음 선 이래 한 번의 결강 없이 후학 양성에 힘썼던 최 교수는 이날 강연을 끝으로 28년간의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287편의 논문과 저서, 552편의 언론 기고문을 내는 등 자유시장주의 이론의 대표 학자로 왕성한 학문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현실 정책에 적용하고자 했던 실용주의자이기도 했다.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4년 공직을 떠나기 전까지 국회예산정책처 초대 처장, 조세연구원장 등을 지내며 조세제도 선진화에 기여했다. 1992년 도입된 금융실명제를 김영삼 전 대통령 앞에서 처음 설명한 것도 최 교수였다. 최근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무상복지 공약에 대해선 ‘재원조달 마련 방법이 없는 복지는 엉터리 약속’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부는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복지의 시혜를 베풀 수 있는 요술방망이를 가질 수 없다”며 “복지 공약을 내세우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시장원리를 잘 활용해 정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포퓰리즘을 경계했다.
또 그는 정부 만능론에 대해 “정부 역할의 확대는 우리 사회에 독점적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 전체의 비효율 증대를 의미한다”며 “방대한 국가 예산을 민간부문에 원칙 없이 투입하는 ‘큰 정부’는 언제나 난관에 봉착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고별 강연이 끝난 뒤에는 제자와 후학들이 발간한 최 교수의 문집 ‘부국안민의 길, 최광의 삶과 생각’ 증정식이 진행됐다. 문집에는 자유시장 경제와 자본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평생을 마친 원로 학자의 일생과 그가 학자로서 세상에 발표한 글의 일부가 함께 실렸다. 문집 발간에 참여한 이성규 안동대 교수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쳐 시대의 소명을 떠받들었던 지식인이자 후학 양성에 열정을 다했던 스승이었다”고 최 교수를 설명했다. 강연을 마친 최 교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학자로서의 삶에 후회는 없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