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중국의 희토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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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중국의 희토류 기업인 바오강시투(包鋼稀土)는 지난달 말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을 1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주로 자동차용 고성능 모터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을 정제 가공하는 회사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희토류 수입물량이 줄면서 지난 10월23일부터 1개월간 생산을 중단했지만 기대했던 수요는 늘지 않았다. 디스프로슘의 가격은 지난해 7월 대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공장은 계속 멈춰서고 있는 것이다. 주가는 9월 대비 30% 이상 빠졌다. 이미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50% 넘게 줄었으며 순이익은 90% 이상 급감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희토류 기업 126개사들의 약 25%가 공장 문을 닫고 있다. 조업 중이라 하더라도 가동률은 30~40%에 불과하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우리에겐 희토류가 있다”고 말하던 중국이다. 스마트폰에서 미사일까지 첨단 기기에 들어가는 희토류 수요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고 자랑했다. 중국 환경을 보전하고 자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희토류 산업을 관리하고 수출도 통제해왔다. 물론 독점을 기반으로 가격을 턱없이 올리기도 했다.
중국 꼼수피해 대안 확보
하지만 최대 수요처인 일본과 유럽 기업들은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대체품 개발을 서둘렀다. 혼다는 희토류를 30%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HV 전 차종에 신기술을 적용했으며 도요타는 희토류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신 자석 개발 작업에 나섰다. 폐전자기기에서 희토류 금속을 찾아내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도 피치를 올리고 있다.세계 각국에 매장돼 있는 희토류 산지 찾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요 기업들은 카자흐스탄 베트남 인도 등의 희토류 광산에 적극 투자하며 공급처를 늘렸다. 호주 기업은 말레이시아에 희토류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희토류 양이 2011년 6000에서 2015년 6만까지 10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일본 기업만 하더라도 2008년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었으나 지금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조금 지원으로 출구 모색
이러다보니 그동안 고압적이던 중국 정부가 오히려 바빠졌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8월 희토류의 생산 능력을 20% 이상 삭감하는 조치를 내고 지난달 말에는 희토류 생산업체에 직접 보조금도 지원키로 했다. 기업보조금 규모가 연간 3500만~4000만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추산한다.중국의 일방적인 수출삭감과 가격급등이 국제시장에서 수요 감소를 불러일으켰으며 대체 공급원을 찾게 된 것이다. 독점을 기반으로 시장의 수요 공급체계에 의한 가격조정을 무시하고 국가가 독점적으로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설정한 결과다. 더욱이 중국은 자원을 무기로 외교상 전술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2010년 중·일 간 영토 분쟁 시 중국이 희토류 대일수출 중단을 선언하자 일본이 굴복하기도 했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또 다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우려한다. 이미 쇠락 길에 들어간 희토류 산업을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키운다고 해서 중국의 산업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찾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자원민족주의가 초래한 자충수가 계속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꼴이다. 이러다간 중국 경제가 보조금 지원에만 의존하는 ‘보조금 경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