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청바지에 리바이스 '흔들'

유니클로·H&M 공세에 12만원대 2등급도 판매
‘청바지의 대명사’로 불리던 리바이스가 1등급(베스트·상급)만 들여오다 처음으로 2등급(베터·중급) 청바지를 국내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좋은 소재와 디테일(장식물)이 많은 디자인을 채택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던 1등급만으로는 일본 유니클로, 스웨덴 H&M 등 중저가 글로벌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의 공세에 맞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리바이스코리아는 내년부터 12만원대 가격의 2등급 청바지를 팔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라인1’ ‘라인8’ 등 일부 2등급 제품을 지난해 가을과 올 가을 판매하면서 테스트한 결과 16만원대인 1등급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1등급에 비해 2등급은 청바지 원단이 다르고 주머니 등의 장식도 덜 들어간 편이다. 리바이스는 청바지를 3등급으로 나눠 아시아 지역에서는 1등급 위주로 판매하고 유럽과 북미에선 1·2·3등급을 골고루 팔고 있다.리바이스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SPA가 큰 인기를 끌면서 단순한 디자인의 저렴한 청바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브랜드 청바지’를 입고 싶어하는 한국 남성들을 겨냥해 1·2등급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바이스가 이처럼 ‘고급 전략’을 철회한 것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저렴한 SPA 브랜드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유니클로 청바지 판매량은 신제품 ‘울트라 스트레치 진’(4만9900원)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백화점의 청바지 판매 순위가 떨어지는 것도 판매 전략을 바꾼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1~2위를 차지했던 리바이스는 2010년 3위로 떨어졌고, 작년부터 4위로 내려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