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이재용 시대 막 올랐다…부회장 승진 배경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5일 단행된 2013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12월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1987년 회장에 취임했을 때가 45세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내년 45세가 되는 이 사장 역시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고 예상해왔다. 삼성은 이날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이동ㆍ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7명 규모의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재용 사장과 함께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해왔다"며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해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부서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했고 2007년 전무, 2009년 부사장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으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완제품과 부품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품 쪽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삼성전자 대표는 이 부회장인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경영보폭의 확대이지, 승계가 빨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부회장에 대해서는 "2011년 삼성생명 사장으로 부임한 후 사업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영안목과 추진력으로 제2도약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승진 후 참석한 첫 사장단회의에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 이돈주 부사장과 홍원표 부사장은 각각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담당 사장과 미디어솔루션 센터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부사장도 각각 사장에 올랐다. 운용암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은 물러난 김낙회 사장의 뒤를 이어 제일기획 사장을 맡게 됐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경영성과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했다"며 "변화와 미래성장을 이끌어 나갈 혁신적인 인물을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에 이어 이번 주 말께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도 단행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