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동원·CJ '만두 전쟁'

"한 해 물량 절반 이상 팔리는 겨울 대목 잡자"
“만두는 12월에서 2월 사이에 1년치 물량의 50%가 팔립니다. 겨울 장사에서 한 해 실적이 판가름나죠.”

한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6일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난 안수빈 냉동만두 담당 브랜드매니저는 “오늘처럼 기온이 뚝 떨어지면 ‘우리 제품 잘 나가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힘이 펄펄 난다”며 이렇게 말했다.만두시장의 성수기인 12월에 접어들면서 식품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올해는 경기 불황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데다 추위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업계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만두시장은 매년 5% 안팎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이 집계한 작년 만두시장 규모는 3008억원. 교자만두가 1093억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왕만두(722억원), 군만두(585억원), 물만두(521억원) 순이다.

이영상 동원F&B CF브랜드팀장은 “불황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과 직장인들이 식사 대용으로 만두를 많이 찾는다”며 “실속형 상품인 교자만두와 프리미엄급인 왕만두를 두 축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만두시장의 특징은 제품군에 따라 ‘절대 강자’가 하나씩 있다는 것. 교자만두는 해태제과, 왕만두는 동원F&B, 군만두·물만두는 CJ제일제당이 시장점유율 1위를 꿰차고 있다. 식품시장의 특성상 이런 점유율 구도는 수년째 변하지 않고 있다.

이들 ‘만두 빅3’는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업체들이 선점한 영역에서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 매출을 늘리는 전략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동원F&B가 장악한 왕만두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만두 크기를 2배로 키운 ‘우리밀 왕교자만두’를 내놨고, 이달 중순에는 ‘우리밀 김치왕만두’를 출시한다. 국내 제품 중 유일하게 우리밀로 만두피를 빚은 ‘우리밀 만두’라는 점을 앞세워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빼앗겠다는 계획이다.

왕만두 시장의 강자인 동원F&B는 반대로 ‘동원 감자물만두’라는 신제품을 내놨다. 감자가루로 만두피를 만들어 식감이 쫄깃하고 조리하는 도중에도 잘 터지지 않는 게 장점이란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산기업인 만큼 냉동식품 판매대는 동원이 꽉 잡고 있다”며 만두시장 점유율 확대에 자신감을 보였다.해태제과는 급증하는 1인 가구와 편의점 소비자를 겨냥해 전자레인지로 익혀 먹는 ‘이슬먹은 렌지만두’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1987년 처음 출시돼 올해 25년 된 고향만두는 교자만두 시장을 50% 이상 차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