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저금리·저성장땐 은행 5년뒤 적자"

금감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보험사는 역마진 충격 더 커 "영업·상품 규제풀어 대응 방침"
일본식 저금리·저성장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금융감독자문위원회를 열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경제성장률을 1%로,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1%포인트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5년 뒤 은행권의 순이익은 올해의 16.5%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해 은행권 순이익이 8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2017년엔 1조4000억원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가정 아래 10년 후인 2022년엔 은행권이 5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올해 14.02%에서 2017년 13.59%, 2022년엔 감독기준을 밑도는 11.62%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금융감독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다. 금감원은 1990년대부터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일본 사례를 참고해 올해 각각 2.4%, 2.75%인 성장률과 기준금리가 내년 1.0%와 1.75%로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도 5.0% 떨어져 5년, 10년간 지속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권 원장은 “금융사들이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 현재의 경영상태를 유지한다고 봤을 때의 단순 추정”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저금리·저성장이 장기 지속되면 상당수가 적자로 전환하는 등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리하락에 따른 역마진으로 저금리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중장기 산업이어서 (은행보다)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면서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권 원장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저금리ㆍ저성장ㆍ고령화에 버블까지 겹쳐 어려운 20년을 겪고 있다”며 “구조적인 차이는 있지만 현 상황이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초기와 유사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영업·신상품 규제를 풀고 금융사들의 비이자수익 확충과 자산운용 다변화를 유도하는 쪽으로 내년 감독방향을 수립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사들이 수익성 저하를 막으려고 고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불건전 영업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검사와 리스크 관리는 강화할 방침이다.또 금감원은 이날 감독자문회의에서 △가계부채 부실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난 △기업 부실화 등을 내년 ‘3대 리스크’로 꼽고 감독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권 원장은 “가계부채는 다중채무자 문제가 핵심 과제”라며 “은행과 2금융권을 망라한 워크아웃 프로그램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색된 회사채 시장을 정상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권 원장은 “웅진사태 이후 AA등급 이상인 초우량 회사채를 제외한 A등급 이하 회사채도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관 정부기관과 협의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시장을 활성화하고 하이브리드 채권이나 저신용등급 채권이 활발하게 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A등급 이하 회사채는 20조원 규모이다. A등급은 원리금 지급능력은 우수하지만 상위등급(AAA, AA)보다 경제여건과 환경악화에 따른 영향을 받기 쉬운 기업의 회사채에 매겨진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