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리트모터스 대표 "넘어지지 않는 전기오토바이로 교통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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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쪼개봐? 번뜩…오토바이에 비행기 평형기술 접목‘절대로 넘어지지 않는 오토바이’(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미래의 모터사이클’(뉴욕타임스) ‘전통에 도전하는 모터사이클’(포브스)….
자이로스코프 기술 적용…2014년부터 상용화할 것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10년 설립된 한 벤처기업이 만든 제품이 미국 유력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오염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제품을 만든 리트모터스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 대니얼 김 씨(33·사진)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미국 워싱턴주에서 30년간 치과의사로 활동했고, 어머니는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포틀랜드 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미국에서 태어난 대니얼 김 대표는 2010년 리트모터스를 창업했고 올해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생벤처기업 콘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2012’에 ‘C-1’(사진)이라는 이름의 전기오토바이를 내놓았다.
◆넘어지지 않는 전기오토바이
“모든 사람들이 자기 몸무게의 30~40배에 달하는 큰 차를 몰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도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김 대표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장점을 결합한 C-1으로 교통 수단의 미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C-1은 바퀴가 두 개 달려 있는 오토바이처럼 보이지만 자동차처럼 차체가 금속으로 감싸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체 지붕이 있는 것은 물론 핸들로 조작하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까지 달려 있다. 이륜자동차인 셈이다. 최고 시속 160㎞로 달릴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속력을 올리는 데 6초면 된다. 무게가 360㎏으로 한번 충전하면 320㎞를 갈 수 있다.
그의 제품이 눈길을 끈 것은 스스로 균형을 잡는 ‘자이로스코프(평형 상태를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장치)’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충돌해도 기우뚱거린 뒤 다시 일어선다. 비행기나 선박 등에는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 평형을 잡는 기술이 일반화돼 있지만 오토바이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륜차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이로스코프를 적용했다”며 “오토바이의 자유로운 느낌을 살리면서 자동차의 안락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부품 추가 배치해 안전성 확보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C-1을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4년에 겪은 사고다. 그는 “아는 사람이 개조해 달라고 맡긴 랜드로버 디펜더 90을 손보다가 차체가 몸 위로 떨어져 거의 죽을 뻔한 적이 있다”며 “다행히 상처만 입고 목숨은 건졌지만 그 사고로 ‘차를 반으로 쪼개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간편한 소형 교통수단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동력은 친환경적인 전기를 선택했다. 그는 “하지만 스마트폰과 달리 전기차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스마트폰은 고장이 나면 그만이지만 차는 고장이 나면 생명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부품을 중복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균형을 잡기 위해 1개만 써도 충분하지만 다른 1개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로 더 넣었다”며 “중요 부품을 여러 개 사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궁금함이 발명의 원천”
김 대표는 “의사인 아버지를 존경해 한때 의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며 “뇌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리드대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했다”고 말했다. 이후 UC버클리에서 도시계획을 배우다가 다시 중퇴해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을 졸업했다.
그는 치과의사이자 발명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 김성열 씨는 치의학과 관련된 발명으로 여러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치과치료에 사용되는 기구 제조사인 ‘컨택이지’도 창업했다.
김 대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며 “C-1을 개발하게 된 것도 자동차와 비행기 등 운송수단이 움직이는 원리가 궁금했던 것이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제품에는 정식 모델명을 만들어 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