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기습 발사] 뻥 뚫린 대북 정보망, 하루전까지 "수리중" … 軍·국정원 '캄캄' 美도 뒤통수

김 국방 "11일 오후 장착 확인후 靑에 보고"
北, 기술적 결함 있는듯 위장 … 효과 극대화

북한이 12일 장거리 로켓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것과 관련, 한국과 미국 군·정보 당국의 정보 판단력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는 전날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을 지상으로 내려 조립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당장 발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당시 미국 첩보위성과 한국의 아리랑3호 위성 등을 통해 로켓이 발사대에서 분리돼 수리 중인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비공식적으로 로켓이 발사대에서 조립건물로 옮겨진 사실을 시인했다. 그랬다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이날 오전 9시51분 탐지되자 당혹스러워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특유의 위장전술을 편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임박한 징후는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단 로켓의 엔진에 문제가 있었고 북한도 발사기간을 1주일 늦췄기 때문에 이번 주 발사할 것으로는 사실상 판단하지 못했다”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국정원도 전날까지만 해도 로켓 해체설이 나왔던 것과 관련, “상시적으로 장착돼 있어 이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히면서도 이날 오전 발사 시점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이 로켓을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되자 전날 통합태스크포스(TF)의 책임자 계급을 하향 조정하고 근무자 수를 다소 축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정보부족 논란과 관련, “어제 오후에 미사일 발사체가 발사대에 장착돼 있음을 확인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었고 언제 발사할지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북한이 국제사회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내부 정치상황을 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번 로켓 발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1주기(12월17일)와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기념하는 조포 및 축포의 성격이 짙다.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에 로켓 발사를 성공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유훈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실행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가 크다는 얘기다.

국제정치적 카드의 의미도 적지 않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해 미국의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오히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능력을 키우는 시간만 제공했다는 점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오바마 2기 행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셈이다. 또 시진핑(習近平) 체제를 출범시킨 중국과 총선을 앞둔 일본, 대선을 코앞에 둔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 문제가 마냥 미뤄둘 수만은 없는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면 대화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고, 중국도 대화를 강력히 주장해 한 달 정도 지나면 6자회담이나 북·미회담이 재개될 수도 있다”며 “유엔 논의를 통해 의장 성명 정도가 나오면 역설적으로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