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든게 장사 아이템…사업을 위해 태어난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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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적의 비밀 / 이영선 지음 / 경향BP / 280쪽 / 1만4000원이스라엘의 최대 수출품은 다이아몬드다. 연간 207억달러를 수출해 9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다. 텔아비브에는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있다.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세계 최대 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다. 현지 광산 소유자와 유통업자들이 유대인들이기 때문. 가공기술은 벨기에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거래소 등에서 유대인들이 만들고 익힌 정교한 다이아몬드 가공 기계를 도입한 게 바탕이 됐다.
《경제기적의 비밀》은 작지만 강한 나라,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비즈니스와 상술을 탐구한 경영서다. 지구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한 1300만명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한다. 미국의 경제를 휘어잡고, 세계 금융을 지배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캡슐형 내시경, 방울토마토, 컴퓨터방화벽 등 10여가지 기술과 상품은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저자는 2009년 8월부터 3년간 KOTRA 텔아비브 무역관장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대인들의 통찰과 경쟁력을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처음 방문한 한국인들은 현지 바이어들이 제시한 가격에 놀란다고 한다. 너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이스라엘 바이어들은 한결같이 한국 기업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다고 얘기한다. 한국인이나 이스라엘인들은 서로에게 가장 힘겨운 가격 협상자들인 셈이다. 모두 국제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인 까닭이다.
한국인들은 한번 거래를 트면 웬만하면 동일한 상대와 지속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은 거래를 하면서도 다른 시장에서 더 좋은 조건의 바이어를 계속 찾는다. 그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이스라엘인들은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장 정보로 각국의 상품과 국채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로마제국에 의해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은 각국을 유랑하면서 상업과 금융업에 집중했다. 2000년 전의 거주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금융업을 허용하지 않고 유대인에게는 허용했다. 유대인은 자기 민족에게 못 받던 이자를 거주지 국민에게는 받아 금융업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한다. 동남아에 사는 화상들도 유대인과 일견 비슷하다. 중국 중원에서 전란 등으로 쫓겨난 후 동남아시아에서 장사꾼을 하며 돈을 모았다. 유대인은 수천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10계명’을 갖고 있다. △계약은 생명처럼 △서명은 신중하게 △막히면 뚫어라, 모든 길은 마음에서 나온다 △온 세상이 장사거리 △올바른 장사를 하려거든 시장으로 가라 △평생 신용을 지켜라 △한 우물을 파라. 언젠가 맑은 물이 나온다 △수입하는 정보에 거래의 성패가 좌우된다 △체면과 형식에 사로잡힌 자는 알맹이가 없으니 멀리하라 △“유대인이 세계경제를 좌우한다”고 말하는 이방인은 곧 칼을 들이대올 것이다.
유대인들의 특징도 소개한다. 한마디로 격식 없이 직선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공식적인 행사라도 넥타이 없이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서는 경우가 흔하다. 비즈니스 상담에서는 서두 없이 본론으로 바로 들어간다. 대화 중에는 좋고 싫음을 확실히 말한다. 타인에게는 말을 먼저 거는 경향이 많고 말도 많이 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어떤 모임은 10시간 넘게 지속되기도 한다고.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