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에너지 절감 초고단열주택인 패시브하우스가 전원주택의 대세"

'전원주택 전도사'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냉·난방비 절반 이상 줄어 실수요자 중심 높은 관심

초심자, 넓은 집 고집 말고 설계 단계서 충분히 상의를

이천·여주·평창 등이 유망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가 전원·교외주택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앙 언론사 기자 출신인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사진)는 20년간 ‘전원주택’ 한 우물을 팠다. 토지·전원주택 시장을 오랫동안 취재하다 아예 전원주택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 유행을 선도한 단지를 여럿 선보였고, 최근엔 난방 에너지를 70% 가까이 절감할 수 있는 첫 패시브하우스(초고단열주택) 전원주택 단지도 내놨다. 그는 전원주택 트렌드가 과시형에서 실속형을 거쳐 에너지절감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원주택 ‘한 우물’

이 대표는 우리나라 전원주택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다. 그는 1990년대 한 중앙 일간지 부동산팀에서 토지 분야를 담당하던 기자였다. 1993년 경기도 양평에 땅을 보러 갔다가 길을 잘못든 게 전원주택에 빠진 계기가 됐다. 그가 실수로 들어선 곳은 문호리. 당시에는 생소한 유럽풍 목조주택 몇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이 대표는 “거주자들이 놀랍게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었다”며 “국민 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전원주택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판단해 전원주택에 대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시작한 ‘전원에 살고, 재산도 키우고’라는 신문 고정 칼럼은 인기 코너로 부상하면서 전원주택에 대한 중산층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1995년 칼럼 연재를 종료한 후 낸 책 ‘전원주택, 나도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실용서적으로서는 처음으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서울 평창동 연립주택에 살고 있던 그는 이듬해 양평 문호리에 생애 첫 전원주택을 장만했다. “직접 살아보니까 매력에 더욱 빠져들더군요. 정원을 손질하고 집 구석구석을 가꾸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건강해졌고요. 함께 소통할 기회가 늘면서 잃었던 ‘가족’의 의미도 되찾았습니다.”

이 대표는 2000년 좋은 전원주택 단지를 직접 개발하기 위해 15년간의 기자 생활을 접었다. 이후 전국 곳곳에 전원주택의 역사를 새로 쓴 단지를 공급했다. 2002년 양평 옥천면에서는 고급 전원주택단지 ‘포레스트힐’(30여가구)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 단지는 지금도 이 일대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통한다. 남양주 평내지구에서는 최초로 블록형 전원주택 단지를 지었다. 이 단지는 전원주택으로서는 드물게 2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SK건설과 손잡고 용인 동백지구에 최고급 단독주택 단지인 ‘SK 동백 아펠바움’을 선보였다.

○“패시브하우스 인기 끌 것” 그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원·교외주택 시장도 많이 위축됐다고 전했다. 한 필지에 두 채를 지어 가격을 낮춘 땅콩주택 등 새로운 개념을 접목하거나, 땅과 집크기를 줄여 실속형으로 지어도 실수요자들이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냉난방에너지를 대폭 낮춘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아주 높다고 설명했다. 유가상승 기후변화 등으로 냉난방비에 대한 부담이 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단독주택의 최대 단점은 아파트에 비해 높은 유지·관리비”라며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현상이 계속 심해지고 있어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트렌드를 포착한 이 사장은 패시브하우스 공급에 앞장서고 잇다. 경기 이천 서이천IC 인근에 난방에너지 사용량을 아파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패시브하우스 단지 ‘동연재’를 조성 중이다. 고단열 벽체·자재·강제순환시스템을 적용, 냉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온도가 14~16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경기 가평읍 달전리 남이섬 인근에 경기도시공사가 조성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원주택단지(141가구)도 그의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 단지는 난방에너지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패시브하우스로 건축된다. ○능력에 맞게, 뚝심있게 짓자

그는 “초심자들은 땅(마당)이 넓은 집을 고집하다 실패한다”며 “대지 면적은 200㎡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마음이 바뀌어 수시로 설계를 바꿔달라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경우 돈만 많이 들고 집은 조악해진다”고 지적했다. 설계 단계에서 대화를 많이 해 도면을 확정하고 이후엔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게 좋다는 얘기다.

조경은 살면서 조금씩 해 나가는 편이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화려한 수목을 심고 꾸며도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지 않거나 관리가 안 되면 흉하게 보인다”며 “적어도 사계절은 살아보고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해 차근차근 꾸며 나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좋은 입지로는 교통호재가 있는 곳을 꼽았다. 특히 향후 5년 내 지하철 개통 등 교통 호재가 있는 곳 중 자연 환경이 뛰어나고 시세가 저평가된 곳을 추천했다. 그는 “광역 전철 개통을 앞두고 있는 이천 여주 평창 등 지역 중 적당한 편의시설을 갖춘 곳을 선택하면 시세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