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해외로 빼돌린 '검은 돈' 첫 환수

몽골검찰과 공조수사 개가
범죄수익금으로 지어진
호텔 처분 3억여원 환수

검찰이 몽골 검찰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해외로 유출된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해외 소재 자산에 대한 첫 환수 사례다. 검찰은 다른 국가로 유출된 범죄수익 환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대검찰청은 불법 사행성 게임장 업주 안모씨(49)가 17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몽골로 유출해 현지에서 건축한 호텔을 압류한 뒤 매각해 이 중 3억7000만원가량을 환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안씨는 2005~2008년 서울 면목동에서 불법 게임기 ‘다빈치’ 등을 설치, 전국 최대 규모의 기업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46억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렇게 번 돈을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 사이에 직원들의 차명계좌로 빼돌렸다. 이어 몽골에 거주하는 환치기 업자 10여명과 공모, 이 중 17억원을 환치기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60여차례에 걸쳐 국외로 유출했다.

이 돈으로 안씨는 2007년 7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리치필드’라는 호텔을 건축했다. 그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자신은 뒤로 숨는 한편 국내에서 H사를 설립해 몽골에 투자하는 사업가로 행세했다.

서울북부지검은 불법 게임장 수사를 진행하면서 실제 운영자로 밝혀진 안씨를 몽골로 출국하기 1주일 전인 2009년 1월 긴급 체포했다. 안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0년 징역 2년6월, 추징금 48억원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검은 조사 과정에서 안씨가 몽골 호텔 건축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내고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에 호텔의 소유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어 지난해 몽골 검찰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했다. 호텔을 압류 조치한 몽골 검찰은 지난달 경매를 완료한 뒤 안씨 지분(35%) 매각 대금에서 집행 관련 비용 등을 제외한 3억7000만원을 우리 검찰로 송금했고 검찰은 이 돈을 국고에 납입했다. 검찰은 그동안 국제 자금세탁과 해외 범죄수익 유출 등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중국 등의 21개 수사기관과 협정(MOU)을 체결했다.

박경춘 대검 국제·미래기획단장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범죄수익 환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해외로 유출된 자산은 사실상 집행이 어려웠다”며 “2000년 8월 한국과 몽골 검찰 간의 MOU 체결 이후 공조를 통해 이번에 해외 소재 자산에 대한 국내 첫 환수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례는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범죄수익 환수 및 국외 도피 사범 송환 관련 수사 공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