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보금자리·위례신도시 상가용지분양 '찬바람'

"20개필지 중 한 곳만 팔려"…상가개발 지연 우려

경기불황에 분양가 비싸 투자자들 관심 '뚝'
입주 시작된 강남지구 "생활불편 언제까지…"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와 위례신도시에서 올해 첫 공급된 상업용지들이 대거 미분양됐다. 상가시장 침체에 고분양가, 경기불황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투자심리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이들 강남권 신주거지역 핵심 상가용지 매각 부진으로 이미 입주를 시작했거나 조만간 입주예정인 거주자들은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보금자리 상업용지 잇단 미분양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달 서울 자곡동 일대에 조성 중인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상업용지 9개 필지와 근린생활시설용지 11개 필지를 내놨다. 하지만 근생용지 1개 필지 외에는 팔리지 않았다. 주로 지구 남쪽에 몰려 있는 이들 용지는 핵심 상업·업무시설이다. 상가 개발이 늦어지면 지역 주민들은 인근지역 쇼핑몰 등 상업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LH 관계자는 “상업용지엔 요즘 인기있는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다”며 “이처럼 대규모로 미분양이 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분양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가시장 침체와 상가용지 공급과잉, 고분양가 등을 꼽았다. LH 관계자는 “상가분양시장 한파 이외에도 토지비·건축비 등에 대한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은 점도 상가용지 개발이 늦어지는 원인”이라고 말했다.윤병한 상가114 대표는 “이곳에 입주할 주민이 6800여가구에 불과한데 상가용지는 20개 필지나 계획됐다”며 “유동인구 흡수가 어려운 지역에 많은 상가가 들어서면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LH가 보금자리주택 비용 회수를 위해 너무 많은 상가를 배정한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분양가마저 3.3㎡당 2093만~2225만원으로 높다 보니 시행사들이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위례신도시 첫 분양도 실패

위례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나온 상가용지도 대거 미분양됐다. LH가 지난달 내놓은 상가 용지는 일반상업용지 2개 필지, 근린상업용지 1개 필지, 준주거용지 1개 필지 등이다. 이 중 준주거용지 1개 필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달 재분양에 나섰지만 매각 가능성이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용지는 위례신도시 중심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4만3000여가구 주민들이 이용할 중심 업무·상업 지역이다. 주변에는 내년에 입주할 보금자리주택들이 있다.

허범태 LH 위례사업본부 부장은 “부동산시장과 경기상황이 불투명해서 시행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LH가 지난 10월 이곳에서 공급한 호텔용지도 미분양됐다.

상가용지 미분양이 수도권 외곽 신도시에서 강남권 보금자리·신도시로까지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최근 2~3년 전부터 판교·광교신도시 등 유망 신도시에서 상가 개발을 추진 중인 업체들이 점포가 안 팔려 고전하고 있다”며 “여기에 금융회사들마저 상가 개발 대출은 기피하기 때문에 당분간 강남권 신도시 상가용지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LH에 따르면 김포한강신도시 영종하늘도시 동탄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에서 공급된 상가용지는 3년 전부터 분양률이 높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이달 공급된 상업용지 38개 필지 가운데 2개 필지밖에 팔리지 않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