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쓰고 남편은 그리고…"제주를 훔쳤죠"

화가 김품창·동화작가 장수명 부부, 그림책 '똥돼지' '노리의…' 동시 출간

화가는 “10여년 동안 제주를 훔쳤다”고 했다. 작업에 한계를 느끼고, 스승 이왈종 화백이 있는 제주 서귀포에 정착한 뒤로 제주의 자연과 바다 풍경, 바닷속 생명체를 화폭에 담았다.

물설고 낯선 땅 제주에서의 생계는 화가의 아내 몫이었다. 아내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설문대할망의 마법처럼 일이 풀려 글 청탁을 많이 받았다. 10여 년 전 여섯 살 난 딸을 데리고 무작정 ‘제주 이민’을 결행한 화가 김품창·동화작가 장수명 부부(사진) 이야기다.

부부가 제주생활 12년 만에 힘을 합쳐 일을 저질렀다. 아내 장씨가 글을 쓰고, 남편 김씨가 그림을 그리는 찰떡궁합의 호흡으로 제주 이야기를 엮어냈다. 직접 등록한 출판 브랜드 ‘마주보기’를 통해 펴낸 두 권의 제주이야기 그림책 《똥돼지》와 《노리의 여행》이다.

《똥돼지》는 돗통시 이야기다. 화장실과 돼지우리를 결합한 돗통시는 척박한 제주 땅에서 살아야 했던 선조들의 지혜의 산물. 돌로 담을 만들고 그 안에 땅을 얕게 파 퇴비를 넣고, 인분으로 돼지를 키워서 고기와 거름을 동시에 얻었던 제주 생활문화의 하나다.

《노리의 여행》은 부부가 사는 서귀포를 채우고 있는 예술의 향기를 담았다. 이중섭 미술관을 출발해 동아리 창작공간, 기당미술관, 칠십리시공원, 자구리 해안, 소낭머리, 서복전시관, 소정방, 소암기념관에 이르는 산책길을 따라간다. 은지화를 남긴 이중섭 화가, 서예계의 큰 별 소암 현중화 선생, 변시지 화백, 한국의 고갱 이왈종 선생 등 서귀포 예술가 네 명의 작품과 함께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작은 갤러리이며 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부는 내년까지 10권의 제주 이야기를 낼 계획이다. 장씨는 “스멀스멀 웃음이 올라오도록 재미있으면서 때론 눈물 한 방울 똑 떨어지도록 슬프고, 때론 온몸에 소름이 돋도록 무서운 이야기로 제주도의 깊은 숨을 드러내고 싶다”고 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