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암기식 영어 학습의 한계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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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8편. 암기식 영어 학습의 한계와 극복
“Michael(극중 인물)은 왜 말할 때 just를 저렇게 자주 쓰는 거죠? 무슨 뜻으로 just가 사용되는 건가요?” 미국 시트콤 영상을 이용한 강의 중 수강생 W씨가 질문을 했습니다. 그 분이 의문을 가진 문장은 이렇습니다.
I just kind of want to set the record straight.
W씨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 전에 저는 수강생 분들에게 오히려 그 분들이 알고 있는 just의 뜻에 대해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W씨를 포함한 다른 수강생 분들은 “just는 막, 지금 이런 뜻을 갖고 있지 않나요?” 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위 문장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문장에서 just는 무슨 뜻으로 쓰인 것일까요? 그리고 just 사용은 적절한 것일까요?
Just는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 뜻으로 이해됩니다. 한 영한사전에 따르면 just는 지금, 막, 단지, 그냥 등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위의 문장에서 사용된 just는 무슨 뜻으로 사용된 것일까요? 그냥 혹은 단지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만약, just를 막, 지금이라는 시간에 관련된 뜻으로 생각을 했다면, 아마도 Michael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W씨를 포함한 그 수강생 분들은 intermediate 수준의 어휘 및 문법 지식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왜 그 분들은 just에 대한 매우 한정적인 뜻만 알고 계셨던 것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의문은 J씨의 자조적인 한 마디에 모두 풀렸습니다. “학창시절에 영영 사전을 사용해서 공부하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죠. 하지만 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으려면 별 수 있나요? 가장 많이 쓰이는 뜻 한 두 가지를 빨리 외워서 그것으로 지문 해석하는 수 밖에요……”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학창시절 공부해왔던 영어 학습 방식과 유사하지는 않습니까? 이 수강생분들은 한국에서 공교육을 통해 영어학습을 하셨던 50대 성인들이며, 대개 문법을 위주로 영어 학습을 해왔고, 읽기, 듣기, 말하기 훈련이 전무한 방식의 영어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때문에 문법에 대해서는 수준급의 지식을 갖고 있기도 하고, 또 영자 신문 등 여러 수단을 통해 많은 단어를 학습해 온 분들입니다. 다만, 그 지식들을 사용하는 훈련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강의에서는 단어의 한국어로 번역된 정의를 암기하기보다는 단어 및 표현의 사용방법 및 뉘앙스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렇듯 단어의 뜻을 모국어로 번역하여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식을 Grammar-translation method라고 합니다. Grammar-translation method는 가장 전통적이고 오래된 방식으로써 습득하고자 하는 언어로 쓰인 글을 모국어로 읽고 번역하는 능력 및 학습자의 지적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합니다. 때문에 번역을 공부하려거나 순수한 지식을 쌓기 위해 영어를 배우시는 분들이라면 적합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듣기, 말하기, 쓰기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경우라면 이 방법은 분명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간혹 영어로 된 글을 읽거나 들을 때 한국어 문장으로 번역하여 이해하려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Input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지만, 영어와 한국어는 문장의 구조도 다를뿐더러 어떤 단어들은 한국어로 뜻을 번역하기 애매하기 때문에,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왜곡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input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가급적이면 idea를 이해하되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령, 위에 언급된 문장 I just kind of want to set the record straight를 “나는 단지 오해/실수를 바로 잡기를 원하는 것뿐이다”라고 번역하기 보다는 ‘Michael이 잘못 알려진 뭔가를 바로잡고 싶은가 보네.’ 정로도 이해하셔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글로 보기에는 두 방법 모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어 단어/숙어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어 문장 구조에 맞춰 정리하다 보면 단순히 idea를 이해하는 것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위의 경우를 보면서 ‘아…여태 저렇게 배워왔는데 갑자기 어떻게 바꿔.’ 혹은 ‘역시 어릴 때 배웠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어’라고 푸념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푸념하시는 수강생들에게 저는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We are all victims.” 한국 성인들 대다수가 비슷한 방식으로 영어를 학습했을 것이고, 각자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인정하지 못할 뿐 우리는 이미 영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수강생 W씨와 J씨 의 경우를 보더라도, 우리 성인들은 본인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혹은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W씨와 같이 just의 사용 때문에 내용 이해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하는 즉시 질문을 하고, 또 문제를 바로 잡고. 이렇게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많이 발전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또 문제를 하나씩 극복해나가는 것이 우리 성인들의 바람직한 학습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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