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에도 시장 '시큰둥'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1년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세금 문제를 떠나 집을 사려고 구경 오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23일 서울 잠실동 종각공인의 이규철 사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유예하는 게 아니라 폐지해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거래 활성화 기대감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홍제동의 P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제도가 유예돼 매물이 늘어날 수는 있어도 구매 수요를 자극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업계는 내친 김에 취득세 감면 혜택 연장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취득세는 아파트 구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부 급매물이 취득세 감면 혜택 때문에 지난 9월 말 이후 소화됐지만 여전히 거래는 부진한 편이다.

서울 개포동 경인공인 관계자는 “팔 사람한테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 사람의 구매 문턱을 낮추는 게 얼어붙은 시장을 활성화하는 지름길”이라며 “취득세 감면 조치 연장이 연내 이뤄져야 내년 초 거래 공백 상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단의 조치를 내놔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역삼동 래미안공인의 임경래 사장은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며 “전셋값이 뛰어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도 집값 하락과 금융비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을 지원해 주택시장의 기본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