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造船 불황서 홀로 웃은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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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두 달간 4개국 총 6회, 25일간의 해외 출장.’
두달 중 25일 해외출장
영업전선 발로 뛰며 수주
해양플랜트 등 목표 초과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사진)이 지난 10, 11월 2개월 동안 미국(3회) 독일 멕시코 앙골라 등을 누비며 세운 해외 출장 기록이다. 고 사장은 1980년 대우조선해양 평사원으로 입사해 32년 만인 지난 3월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취임과 함께 강조한 것은 ‘현장’과 ‘영업’. 조선 업황이 최악인 올해 ‘영업통’인 그의 진가는 오히려 두드러졌다. 세계를 발로 뛴 덕분에 오일 메이저와 국영 에너지회사 등으로부터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고 사장은 지난 10월 서울 다동 본사에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경영진을 만나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장기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GE는 6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직접 서울을 찾아 포스코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한국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조선사 중 대우조선해양을 파트너로 삼았다. 고 사장은 또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세계 최대 해양시추 기업인 미국 트랜스오션 경영진을 만나 최근 수주한 드릴십 4척의 건조와 추가 계약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에는 독일 뮌헨에서 해상풍력 세계 1위 기업인 지멘스 경영진을 면담했다. 해상풍력 발전기의 상부 터빈은 지멘스가, 하부 구조물은 대우조선해양이 맡는 등의 협력 논의가 이뤄졌다.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정유사 셰브론 경영진과도 미팅을 가졌다. 셰브론은 대우조선해양 전체 수주 잔량의 1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고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조선 설계센터 설립과 관련된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셰브론이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지난달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를 방문, 앙골라 정부 관계자들과 해양 프로젝트 건립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 현지 조선소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아프리카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영업 전선에서 직접 활약한 CEO 덕분에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불황이 무색할 정도의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경쟁사들과는 달리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수주 잔량은 109억6000만달러로 올해 목표(110억달러)의 99.6%를 달성했다. 연말까지 해양플랜트와 잠수함 등의 수주가 예정돼 있어 올해 총 수주는 1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내년 수주전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고 사장은 임직원에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하는 전사적 총력 수주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시장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면 위축된 조선 분야에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